2014. 2.19.물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4.03.11 13:17:20

 

 

우수의 아침입니다.

내리 이틀 비 왔고

오늘은 갠 아침.

목포에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고,

물꼬는 한갓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는 걸음에 재 너머에서 뭘 찾아와야 했는데,

운전을 한 동행인이 호되게 고생하였네요.

길을 미리 챙겨봤더라면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을

국도를 타고 오느라 아주 아주 긴 운전.

무사도착, 고맙습니다.

닿자마다 김천으로 넘어가 다례모임도 하고.

 

아이가 읍내 나간 길에 숯을 챙겨왔습니다.

올해는 미처 장에 넣을 숯을 못 구웠다 한 며칠 전의 말이 있어

그걸 기억했던 모양.

고새 재 너머 다녀오며 참숯을 구해왔더랬는데.

어미가 허술하니 자주 살림을 살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 이제 제도학교로 가면

살림에 구멍이 얼마나 숭숭할지.

“아무래도 아들 일 시킬라고 학교 안 보냈나 봐.”

아이가 가끔 하던 농담처럼

참말 이 산골살림이 그 아이로 얼마나 건사됐더랬는지.

 

순전히 비 때문이라고 합시다.

지독한 무기력이 엄습합니다.

그건 바닥에 발이 붙지 않고 있을 때 옵니다.

한편 몸도 무거울 때 그렇습니다.

수행이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생활일 때도 또한 그렇습니다.

제 버릇 개주기 어렵지요.

처절한 성찰이 있어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게으름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지요.

나 무엇 하는가,

갖가지 유혹을 떨치지 쉽지 않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무리를 이끌 때

그들이 하는 의심의 반복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남의 일을 볼 때는 왜 저런가 싶지만

내 삶 또한 같은 꼴이고 말지요.

그런데 이 배경에는 제 때하지 않은 일들이 쌓인 부담이 있습니다.

공부가 밀리고 글쓰기가 밀립니다.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논두렁들을 생각하고 품앗이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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