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모임.

엊그제 바람 들이고 쓸어놓았지만 걸레질은 하지 않아

오전에 달골 올라 청소 하고

오후엔 본관과 부엌정리.

그런데 빈들에 모인다던 이들 열댓도 넘더니

웬걸, 새 학년 새 학교 일정으로 정작 올 수 있는 이들이 별 없네요.

공지가 뜨자마자 신청한 가온이와

품앗이 진주샘이 대학 선배와 동행하고

아리샘이 오고.

어, 그게 다?

그렇다니까요.

그것도 다들 늦겠다 하니

저녁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이는 달랑 7년 가온이 혼자.

류옥하다도 읍내 갔다 마을 계곡 들머리 지나는 더 늦은 버스를 타고 걸어 들어올 거고.

하던 일을 멈추고 앞치마에 손 쓰윽 닦고 좇아나갑니다.

혼자 버스에 올라 얼마나 황당할까 싶어

대문 저어기까지 마중을 가지요.

그런데 걸어오는 저들이 누구랍니까?

다행히 진주샘과 해숙샘이 버스를 제 때 탔던 모양입디다.

“잘했다, 잘했다. 가온이 혼자 마음이 좀 그렇겠다 싶더니...”

“옥샘이 계자 아니고는 여기까지 마중 나오시는 거 처음 봐요.”

“너 외로울까봐...”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신청할 걸,

너도 나도 간 다해서 다 마감 되었겠다 하고 신청 안했다며

뒤늦게야 탄식한다는 몇 새끼일꾼들의 안부 인사들.

 

천천히 저녁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벽라춘(푸를 碧, 소라 螺, 봄 春).

벽라춘 한 근을 만들기 위해서 6만~7만 개의 찻잎이 필요하다는,

찻잎이 신기한 푸른 잎에 나선형, 꼭 소라모양.

소라 같은 모양에 벽색으로 봄에 채취한다?

찻잎 한 장을 펼쳐놓으니, 정말 삼홍칠록; 3분지 홍색, 7분지 녹색.

동정 벽라춘은 중국녹차의 대표차.

향이 손상되지 않도록 먼저 물을 붓고 차를 넣어야 최고의 향기를 얻는다지요.

중국 10대 명차에 든다 했습니다.

 

‘숙제 검사’.

각자 준비해온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그 중 아리샘이 최근 배우고 있는

국제 에스페란토어에 모두 흠뻑 빠졌더랬네요.

참 좋은 시간.

서로가 가진 관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는.

앎의 지평이 넓혀지는 시간.

 

“야참을 준비하는 동안 그대들은 공동작업 하나 하지?”

수행방 한 켠, 지난 겨울 계자가 끝난 뒤 ‘끼리끼리 며칠’에

청소하는 가운데 깨졌던 창문이 있었더랬지요.

“그거 어찌 좀 해봐줘.”

깨진 유리 자리에 비닐로 유리창을 만들어 붙였더랬습니다.

비닐이 구겨져 다림질을 한다 붙인다 수선이더니...

아, 일을 맡기면 그리 하시라.

무슨 일이나 그리 하자구나.

메꾼 자리가 맞나 싶더이다.

 

야참 먹으며 ‘실타래’.

저마다 안고 사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홀로 나아갈 배이지만

누군가 끌어주고 누구인가 밀어준다면,

혹은 동행한다면 얼마나 든든할지요.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시간.

 

밤은 서둘러 깊고.

몇 되지 않으니 사택에서들 구겨져 자기로.

고추장 집 방 둘에선 하다와 가온이가, 진주샘과 해숙샘이,

그리고 된장집 방들에선 아리샘과 제가, 소사아저씨가.

 

오붓한 빈들.

빈들의 묘미는 때때마다 다양한 분위기.

대개는 참 좋았다고 기억하는.

고마울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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