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참 좋습니다.

해건지기로 전통수련과 절명상.

오늘은 절을 하며 이것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퍼내고 퍼내는 사랑,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는.

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에 자비명상을 붓는 시간이었더라지요.

계신 곳에서 이 봄 그리 생기 있으시라.

덧붙여 그런 생각도.

절이 몸에 붙었구나 싶은.

오래 해왔지요.

최치원의 ‘人百己千’이란 말이 떠오르데요.

일만 시간의 법칙 같은 거.

그런 거지요.

 

아침을 먹은 다음 달골 산책을 갔습니다.

햇발동 앞에는 야외용식탁을 만들어두었더랬지요, 겨울 들머리에.

“오늘 개시네!”

터키식 커피를 내려 모여 앉았지요.

달골에서 꾸는 꿈,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가슴 한 켠에 꾸는 ‘아이들 나라’에 대한 소망,

그것을 ‘숲학교’로 만들어보려 한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세계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고

교사이거나 교사가 되려는 이들 대부분이라

한참 이야기가 재미나게 익고.

“완전 우리 전 세계를 도네.”

이야기가 그랬더란 말이지요.

소동파가 글공부했다던 절 아래 씻어 내린 묵에 검어진 동파묵어에서부터

스페인의 벤포스타공화국,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세한도(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

키르기즈스탄의 전통음악을 듣고,

부산에서 들고 온 미역과 가래떡을 먹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중부를 얘기하고...

 

점심을 먹고는 볕 아래 노닥거립니다.

아이들처럼 하늘땅 놀이도 하고, 해먹도 타고.

“애들이 왜 가위바위보까지 하며 해먹을 타는 지 알겠어요.”

차도 마십니다.

오늘은 백계관.

중국 복건성 무이암차 4대 명차라면

대홍포, 수금귀, 철라한 그리고 이 백계관.

찻잎 모양이 닭벼슬 같은.

차를 우리고 난 찻잎으로는 무쳐 먹었습니다.

신성철 샘 서각한 방패들도 달았지요.

방패에 가는 체인을 걸려고 구멍을 뚫었다가

그림 전시용 장식 발견,

윗면에 붙이는 것으로.

그러자니 이미 체인을 걸려고 뚫어놓은 구멍이 숭숭해서

톱밥과 목공본드로 으깨서 그 구멍들 메우고.

도구가 적절치 않아 꼬인 철사를 자르는데 애 좀 먹고.

고리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걸고 나니 또 좀 기네요,

다시 자르고.

 

오후에는 일 좀 했습니다; 삽질.

그것도 삽질이라고 곤하였네요, 땅을 파는 것도 아닌데.

패인 운동장의 바퀴 자국들 편평하게 하기.

“다했어요!”

웬걸,

“좀 더 하지!”

다시 구석구석.

하는 결에 명상터 소도도 좀 다듬고.

 

저녁 준비를 같이 합니다.

삶은 감자 껍질 벗기고 생감자 껍질 벗기고 감자에 묻히겠는.

삶은 건 으깨 내일 샐러드로 먹자 하고,

껍질 벗긴 감자는 조림으로.

 

밤마실을 나가지요.

겨울 산마을의 밤길도 좋았네요.

별, 여름 아니어도 쏟아지고.

윗마을 어디께 쯤, 지난여름 계자에서 아이들과 한밤중에 나가 드러누웠던,

우리도 벌러덩 누워 산골 밤을 누렸더랬답니다.

 

일찍들 구들장을 지기로 하였습니다.

삽질에 고단도 했겠지요.

빈들모임에서 이리 일찍 잠자리로 간 적이 없는.

빈들마다 이튿날 밤은 이리 보내도 좋겠습니다.

늘 늦은 저녁일 것이니, 도시에서.

역시 겨울밤은 따순 아랫목!

 

아리샘은 전교조 대의원회의가 있는 속리산을 다녀오느라

점심을 먹고 나갔다가 새벽 2시 돌아왔네요.

“2014학년도 일정 얘기는 좀 했어요?”

“그대도 없는데 무슨...”

내일 오전 산책 대신 하기로 했던 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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