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24~25. 달~불날. 맑음

조회 수 745 추천 수 0 2014.03.18 07:30:12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로 시작하는 산마을의 아침.

봄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날들.

 

어제 실타래학교를 위해 아이들이 들어왔고,

같이 아침을 열었습니다.

실타래 정도라면 아침수행으로 형님들처럼 어른들처럼 대배 백배쯤이야.

했습니다.

참, 부모님들이 준비해준 것들,

물꼬에서 귀한 것들에다

무엇보다 밥상의 수고를 덜어주려 마음 쓴 흔적들이 고맙습니다.

늘 고마운...

 

아이들은 기차역에 닿아 당장 사건 하나 만들었지요, 어제.

사내아이들다운.

“야, 거길 왜 올라가?”

아이들에게 눈이 간 순간 먼저 아이들 부르기 전에

역무원 한 분 소리 지르셨지요.

서서 눈 아래로 읽기 좋게 만들어 놓은 입간판의 안내문인데,

그게 오르라고 둔 게 아니라 읽으라고 둔 줄 생각 못할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러기 전 몸 먼저 가는 존재들이란 말이지요.

그 순간, 아, 아이들은 그렇다,

저런 건 오르고 싶은 게 맞다,

아이들이란 존재를 또 한 번 생각해봤던 시간.

 

산마을을 걷고,

아이들이 보낸 지난 한 해의 시간들을 점검하며

동시에 제 삶이 또한 그 위로 얹히었나니.

우리는 성큼성큼 가버리는 우리들의 실타래 시간을 아쉬워하며

뭐라도 더하려고 종종거렸더랬습니다.

밤엔 별빛만을 의지하여 두멧길도 걸었지요.

우리들은 이번 실타래를

같이 배낭 메고 떠난 아일랜드의 시골농가 쯤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거기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빈집의 벽장에서 알라딘의 램프를 만나기도 하고,

병원신세를 지기도 하고,

멀리 있는 가족들을 사무치게 그리워도 하고...

 

같이 차를 마시며

정적인 행동이 우리의 동적 마음을 제어하는 것에 대한 훈련을 해보기도.

뭐, 차마셨는데, 잘 마셨다는 이야기.

그래서 다례(茶禮)이고 그래서 다도(茶道)인.

선차(禪茶)가 별 거던가요.

 

청소하고 정리하고 갈무리글 쓰니,

아, 점심 먹고 돌아갈 시간.

아아아아아아아, 담엔 하다못해 나흘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기야 그래도 짧겠지만.

 

사흘, 그래요, 너무 짧습니다.

묻지 않은 것도 너무 많았고,

하지 않은 말들 또한 무척 많았던.

아이들에게 보낸 질문은 때로 제 자신에게 더 의미 있는 일이었고,

그래서 이런 상담들은 고스란히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이 되는 게지요.

상담의 핵심은 수다의 힘이라는 새삼스런 생각.

 

올해 스물을 맞은 한 아이의 가족 상담.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는 중 방문과 상담을 원했더랬습니다.

한 주 의논이 오갔더랬지요.

하지만 걸음은 미루어 달라 부탁.

실타래 아이들에게 집중하고파.

 

한 국립대에서 3월 마지막 주말을 물꼬를 와서 쓰면 어떨까 의논해 왔습니다.

물꼬도 돕고 신입생모꼬지를 하겠다는데,

술 마시고 놀고,가 아닌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겠다는 사범대 학장의 의지.

같이 머리 맞대 보기로.

학장님 뜻이 그렇다고 다른 교수님들이 동의한다 예상하기도 어렵고.

 

포도나무 거름을 주었습니다.

그제는 가지를 쳤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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