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8.흙날. 맑음

조회 수 664 추천 수 0 2014.04.05 08:27:58



소사아저씨는 간장집 앞 도랑을 치고 있었습니다.

봄날답게 바람 몹시 불었습니다.


단식 사흘째.

사흘 곡기를 굶었다고 이리 엄살이.

그럴 밖에.

단식할 때면 사흘이 젤루 힘들더만요.

먹어본 습 때문이지요.

그리고 몸의 좋지 못한 부위가 일어나기 시작하니.

내일이면 좀 나을 겝니다, 늘 그랬듯.

그리고 날이 가며 이제 먹지 않는 일이 익숙하게 다가올 테지요.

이번에는 소금도 거의 먹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괜찮은 소금을 구해놓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지난번 단식에서 소금물에 아주 혼이 났던바가 있어

소금이 자꾸 걸린 게지요.

볕에 몸을 내다 널고

느지막히 수행을 하고

밤에는 뒤통수냉각법을 했습니다.

그것도 아이가 없으니 보조자 없는 방식을 만들게 되더이다.

밤에는 신물이 올라왔더랍니다.

얼른 잠자리로.

더 심하면 5번 흉추와 1,2,3번 요추를 두드리면 좀 나으리라 합니다.


‘현실은 견해보다 치열하다’,

오늘 손에 잠시 몇 장 훑은 시사잡지에서였을까요,

읽어나가는 한 책에서였을까요,

아니면 잠시 책방에서 빼어든 한 책에서 읽은 구절이었을까요,

그 문장의 떨림이 오래이네요.

책이란 것이 한 덩어리의 이야기로 남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 한 문장이 책제목보다 더 크게 눈앞에 나설 때가 있지요.

어떤 건 숲이 중요한 사안일 수 있지만

때로 또 어떤 건 나무가 중요할 수 있는.

문제는 통찰이고 균형일 것.

현실은 견해보다 치열하다,

절절하군요...


아이가 오랜만에 글을 써서 읽어봐 달라 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 글쓰기가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글쓰기에 게으르지 말 것!”

산골에서 홀로 공부해왔던 아이에게 글쓰기만큼은 자주 강조했고,

그 덕이었는지 어쨌는지 다행히도 글을 써서 세상과 교통도 하고 원고료도 얻고

심지어는 한 잡지의 고정필진으로 일 년 이상 글을 쓰기도 했더랬는데,

최근 몇 달은 제도학교로 편입할 준비를 하느라

통 글쓰기를 못하고 있던 그였습니다.

내용보다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이 반가웠지요.

자신이 계속 견지(堅持)해가기로 마음먹은 일은

잊었다가도 또 이리 챙기면 좋지 않겠는지.

그런데, 힘이 좀 드는 단식 사흘째 밤이군요.

좋지 못한 먹을거리들이 가져온,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부정적인 신물이

몸을 어찌나 괴롭히던지요.

좋지 않은 부위들이 통증으로 오기도.

눈을 감고 그 부위들, 그리고 올라오는 먹을거리의 뒷맛을

하나하나 감별하듯 짚습니다.

무엇을 먹고 살았던가, 어찌 생활했던가,

반성이지요.

일상에서는 돌아봄이 모자라니

이렇게 단식이라는 강제적 방식을 통해서라도 성찰하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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