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흐리더니 눈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낯선 사물 앞의 아이 발걸음처럼
눈 점점이 굵어갔지요.
그러더니 퍼붓듯 펑펑 내리고 찬바람 불고.
영하로 떨어진 밤.
이른 아침 잠을 깼더랬답니다.
단식 나흘째.
얼마나 먹어대고 지냈으면
위가 아주 달라붙도록 아랫배는 빠질 줄을 모릅답디까.
아줌마?
한편 사흘을 넘기니 이제 좀 몸이 가벼워집니다.
먹어서 온 부작용들이 사흘째 다 일어난다 싶더니
역시나 예년처럼 나흘에 이르니 몸이 좀 낫네요.
하지만 아침수행하고 오후를 넘기며 게워내듯 신물 오릅니다.
반성이 동행하지요.
너무 많이 먹고 살았던 게야,
몸 생각 안하고 혀만 즐거웠던 게야,
방만하게 생활했던 게야, ...
저녁부터 온몸이 아파옵니다.
약한 부위, 아픈 부위들이 일어나는 거지요.
괜찮아지리라는 믿음 아니면 쉬 건너가지 못할 줄을 압니다.
밤새, 꼬박 밤새 그리 앓습니다.
동이 틀 무렵에야 잠에 든.
자신을 혹사시키는 방법 말고는 도저히 길이 없을 때가 있지요.
그러해서 이리 단식수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하기야 그래서 절집에서도 수도집에서도 그리들 때마다 깊은 정진이 있는 것.
아무렴 우리 범부들로서야...
‘사람’이고저 하는 눈물겨운(이라고까지야!) 분투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