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14.쇠날. 맑음

조회 수 758 추천 수 0 2014.04.05 08:39:16



볕이 나 눈은 다 녹았으나

기온 떨어져 쌀쌀했던 하루.


오늘 농업관련강좌가 시작되었고,

지역에서 관심 있는 이들이 모였습니다.

1년간 달마다 한두 차례 볼 것입니다.

끝나고 와인 일에 종사하는 한 분과 동행.

오골계 알을 선물로 받았고,

만나는 몇 회 동안 수예를 같이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수놓는 일이 필요하다 여러 날 마음에 두었더니

이리 또 만나 길이 되는.


읍내 나간 참에 바느질 일로 한 분을 만났는데,

오래전부터 물꼬를 잘 알고 있다 했습니다.

뭐 지역에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정말 물어볼 게 있다며

장애가 있는 한 부모가 언젠가 물꼬를 찾아갔는데 거절당하고 왔다지요.

왜 그랬냐는 겁니다.

“일이란 게 앞과 뒤가 있겠지요.”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요.

아무렴, 무슨 사연이 있었겄지요.

우리 살아가는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리 얽히고

오해와 오해 사이에 놓일지.

중요한 건 우직한 진의이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영화 발견; 김현석의 2007년 작.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 선수를 스카우트하려는 소동과

5·18 광주항쟁이라는 두 이야기 줄기가 만나는 <스카우트>.

김현석 감독의 영화들은 재밌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영화의 온도를 잘 맞출 줄 아는.

역사적 비극을 딱 이 정도의 무게로 다루는 게 좋았던.

(하지만 그 역사에 대해 좀 안다가 전제돼야.

다시 말하면 그 역사의 설명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함이 있을 밖에.

하기야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게 또 영화의 영역일 것.

영화는 역사서가 아니니까.)

그 시대에 산다는 것만으로

폭력적인 영향을 받고 비굴해지도록 강요받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드라마.

주인공은 그 시대의 주축 인물이 아니라 변두리의 인물.

로맨틱코미디판 <박하사탕>?

그런데, <박하사탕>의 김영호는 자기모멸의 감정이 아주 강한 반면

호창은 무개념이고 스스로도 고백.

헌데, 역사는 무개념인 사람도 어느 구석을 차지하게 하지요.

호창은 스카우트가 자기 업무가 아닌데 얼떨결에 뒤집어썼고,

광주항쟁도 주축이 아니라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옛 여자 친구로 인해 말려듭니다.

그러니까 5.18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동시대인들 모두의 딜레마를 표현한.

야구부가 시위 학생을 진압하는 구교대로 동원됐을 때

호창은 희미하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상 동료 선수가 학생에게 맞자 정신없이 배트를 휘두릅니다.

그러다 마음속에서 뭔가 죽어버리는 거지요.

내내 탕웨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다가 그녀는 죽고

마지막에 이제까지 대상이었던 양조위의 시선이 되는 <색, 계>처럼

이 영화의 엔딩도

이야기를 끌어온 호창의 시선이 사라지고 다른 인물의 회고가 남습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압권은 어쩌면 ‘비광’.

사람들이 ‘낭독의 발견’이라고 유쾌해 하는.

시 <나는 비광>은

비광이 섰다판에도 못 끼고 고스톱판에서는 광으로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데,

하지만 없으면 광박 쓰고 오광을 빛내주는.

쌍피와 비광 두 장을 놓고 어느 걸 버려야 하는가를 묻는 건 노래였던가요.

뒤늦게 재미지게 봤습니다,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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