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15.흙날. 맑음

조회 수 695 추천 수 0 2014.04.05 08:40:52



바람.

따순 바람은 사람들을 데려옵니다.

잘들 계시는지요.

마을이 다 날아오를 것 같은.

양철지붕이 덜렁덜렁.

호두와 감나무 둘레에 거름 뿌려주고,

장순이 똥도 치워 똥거름장에 넣었습니다.


“뭐 햐아? 사과 갖다가 잼도 좀 만들고...”

먼저 하려던 전화가 닿기도 전에

또 어르신이 앞서 안부 물어오셨습니다.

얼른 좇아갑니다.

겨우내 서로들 살아내느라 얼굴도 못 봤습니다.

그렇게 광평농장 다녀왔지요.

조정환샘과 현옥샘이 사과를 잔뜩 실어주셨습니다.

계신 것만으로 힘이 되는, 내 뒤 당신 계시다 싶은.

더하여 이렇게 때마다 살펴주시는 물꼬 살림.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유기농으로 짓는 사과농사가 너무 힘에 겨워

올해는 사과나무를 좀 패 내고 다른 작목을 심어보시겠다는데...


식구들 다 모여 저녁 밥상을 물린 뒤 사과를 닦고 쪼개고 벗기고 썰고

유기농 사과잼을 만들었지요.

잼이 불에 올려져있는 동안

씬핏자를 굽고

화이트 와인을 내고

샐러드를 내고

오랜만에 만찬의 저녁.

경주의 한 절집에서 큰스님이 주신 다기도 삶았습니다.

같은 것들끼리 모아 끓는 물에 10여 분씩 삶아냈지요.

그래야 유약이며 독성들이 좀 빠져나올 것.

잘 말려 들여놓았습니다.


밤, 경기도 설악에서 건너온 안부들.

지난 가을학기 뜨겁게 건축현장에서 같이 보냈던 이들입니다.

함께 일한 시간은 그런 거지요.

이렇게 안부를 묻게 합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연대’가 가져오는 진한 감정들...

물꼬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도 그런 것.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잘들 계시는지요.


가끔 바람이 한 번씩 뒤채는데 산이 구르는 것만 같은 산마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38 2014.12.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12-27 681
4937 2015. 3.14.흙날. 맑음 옥영경 2015-04-16 681
4936 2015. 5.27.물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81
4935 2015. 9.22.불날. 맑음 옥영경 2015-10-16 681
4934 2015.10. 5.달날. 맑음 옥영경 2015-10-31 681
4933 2016. 6.11.흙날. 맑음 옥영경 2016-07-09 681
4932 2013. 5.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3-06-10 682
4931 2013. 7. 9.불날. 가끔 흐림 옥영경 2013-07-26 682
4930 2013.12.12.나무날. 갰다가 다시 흐리며 눈비 옥영경 2013-12-27 682
4929 2014. 1.25.흙날. 비 옥영경 2014-02-18 682
4928 2014.10. 3.쇠날. 바람 많은 옥영경 2014-10-28 682
4927 2015. 3.12.나무날. 오후, 비는 그었으나 아직 흐린 옥영경 2015-04-16 682
4926 2015. 6. 9.불날. 흐린 듯하다 금세 또 볕 뜨거운 옥영경 2015-07-14 682
4925 2015. 7.28.불날. 아침 얼마쯤의 비 옥영경 2015-08-05 682
4924 2015. 8.22.흙날. 흐림 옥영경 2015-09-15 682
4923 2015. 9.30.물날. 맑음 옥영경 2015-10-17 682
4922 2015.10.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01 682
4921 2015.12. 7.달날. 흐림 옥영경 2015-12-24 682
4920 2016. 3.16.물날. 맑음 옥영경 2016-03-31 682
4919 2016. 3.23.물날. 맑음 옥영경 2016-04-08 68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