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17.달날. 조금 흐려진 오후

조회 수 717 추천 수 0 2014.04.15 06:16:28



밤, 산마을을 점령한 개구리들...


20도가 넘은 한낮, 이 봄에 말입니다.

창고동에 삶아낸 다기들을 올리러 갔다가

햇발동 화분들을 꺼내놓고,

하지만 밤엔 거둬놓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밤 찬기를 어찌 감당할까.


부녀회장 포함 새마을지도자들 모여 숨은자원모으기 행사.

이른 아침부터 마을의 재활용품들 챙기고

거둬서 면소재지 소방서에 집결,

분리하고 군 집결지로 보내고,

공병은 하나로마트가 고물상보다 낫다고 가서 챙기는 살뜰함들.

금세 점심시간에 이르고

다들 밥해먹는다는데,

내일 파리 갈 일정 있어 바삐 학교로 돌아왔네요.

골짝골짝에서들 새마을지도자들 나와 그리 봄 햇살 아래 있었더이다.

한편 오래전 한 선배의 논문처럼

새마을운동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는 요즘.


2시.

협의회 있었습니다; 물꼬 산하 산촌유학센터 관련.

봄볕 두터운 오후였더랬지요.

살구나무 아래 의자에서 빈 운동장을 보며

아이들과 또 어떤 그림들을 그려낼지

함박함박 재미진 시간이기도 하였답니다.

누가 주축으로 갈 것인가,

준비하는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언제부터 물꼬에 상주하며 준비할 것인가,

개강은 언제로...

2주의 조율단계를 거친 뒤

공지하기로 하였습니다.


교무실에 들어 오늘까지 처리해주어야 할 서류 챙겨 보내고

저녁 이웃마을 꽃차샘 댁에 건너가 산수유 망울 꽃을 함께 다듬었네요.

봄 첫 꽃차 덖는 일에 그리 손 보태었습니다.

물꼬의 봄 첫차는 언제 준비할지요.


이 봄에 사람을 또 하나 보냈습니다.

안녕.

겨울을 잘도 넘겼건만 맥없이 지난 가을 마른 낙엽처럼 버석거리며 떠났지요.

잘 가시라.

이 삶도 그렇게 끝이 나리니.

그저 지극하게 살지라.


물꼬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꼭 교육관련 아니어도 삶 전반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찾아듭니다.

뭐 우리 사는 일이 늘 그렇지요.

오늘은 양다리를 걸친 상대편으로부터 상처 입은 한 여자 분이 그랬습니다.

바람을 피운 남자지만 물러터진 자기 성격에

반성과 사과도 없이 또 질질 끌려 다녔을 것인데,

요새 보는 드라마 하나가 용기를 주었다고.

“옥샘, 저 웃기지요?”

아니요, 아닙니다.

우리를 깨치는 게 자갈돌 하나인들 어떤가요.

황색잡지의 한 구절인들 어떻습니까.

한번은 실수로 받아들여도 두 번은 안 된다고,

드라마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한 여성이 용기를 주었다지요.

한번은 실수로 받아들여도 두 번은 안 된다!

저는 본 적도 없는 그 상대방에 대해

당신은 그런 사람이군, 잘 헤어졌다 생각했습니다.

사람 사이, ‘신의’가 중요한 거지요!


밀고 당기던 봄이 방 안까지 쑤욱 들어온 날들입니다.

기쁨도 그리 구석구석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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