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도 살구꽃 나무 꼭대기에서부터 벙글어 내려오나니
오늘은 아랫부분만 망울들이 남았습디다.
날은 갑자기 달아오르는 연정처럼 기온 확 올라
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지요.
목련꽃 그늘 아래서로 시작하는 박목월의 시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브라우닝의 시 한 구절도 절로 읊조려지는.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이 세상은 태평하다”
그러합니다.
복사꽃 한 가지를 꺾어 이웃에 보냈습니다.
오래 병을 앓는 이가 사는 댁입니다.
봄을 보냅니다, 생기를 보냅니다.
아픈 이들 이 봄에는 그 고통 좀 거두어지시라.
마음의 상처라면 더욱.
밤, 달골 귀환.
된장집 더부살이하던 겨울살림을 옮겨.
비로소 봄인 게지요.
물꼬의 본거지 학교와 부속건물이 동시에 돌아가는 계절.
그리고, 기다리던 연락이 더블린에서 왔습니다.
아일랜드 연수 확정.
중학과정 자유학기제 연구기간이 될 것입니다.
7월 6일 출국, 8월 5일 귀국.
여름 계자 일정이며 흐름을 잘 짤 것.
“아, 나는 여자를 끊어야 해.”
한 벗의 장난스런 한탄을 듣는데,
‘끊지’ 못하는 것이 어디 한둘일까요,
어디 술과 담배뿐이기만 할까 싶데요.
게임이기도 하고 쇼핑이기도 하고 핏자와 통닭이기도 하고,
심지어 여자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고.
끊지 못하는 것들이 때로 우리 발목을 잡고.
그런데 그것이 또 어디 부정이기만 하겠는지요.
긍정성도 있으리니, 가령 착한일 같은 거.
그것도 끊기 힘들지요.
봉사도 그렇습니다.
물꼬 일도 그렇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