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4월 빈들모임은...

조회 수 1309 추천 수 0 2014.04.20 11:19:12


 

419일 흙날 아침,

세월호 참사에 대한 먹먹한 마음과 애도로 종묘 앞에서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4.19 혁명을 되짚었지요.

  

조촐하게 베풀어진 단청과 홍살의 외대문으로 종묘에 들어서서

종묘 건물들이 갖는 의미와 장소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현재에 갖는 뜻을 헤아리며 거닐었습니다.

정전의 하월대에 앉아 종묘제례악을 그려보고,

동월랑 계단에 올라 긴 길이로 드러누운 정전의 기둥을 눈으로 더듬고,

구름 모양의 법수석을 더듬으며 운궁을 올려다보고는

침묵, 빛과 어둠, 삶과 죽음, 닫힘과 열림들을 생각했지요.

무심한 익공의 짜임,

중앙부보다 낮아 다소곳하게 정리되어 보이는 양끝단의 지붕,

증축 때마다 그 시대의 건축양식을 담아낸 기둥...

  

다음은 운현궁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고종이 열두 살까지 살았던 사가이자 기울던 조선 막바지의 역사를 안은 마당에서

도시 한가운데 발견한 휴일 오후의 고즈넉함에

한껏 취하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지붕 낮은 옛집에서 점심을 먹고

두 패로 나뉘어 사람들을 헤집고 인사동을 걷거나

조계사 경내를 걷고 혹은 미술관을 들기도 했더랬습니다.

마지막으로 낙원상가 쪽 인사동 끝지점에서 갈무리모임.

물꼬의 2014학년도 한해살이를 공유하고,

5월 어른계자를 어찌 꾸릴까 안내도 하고,

무엇보다 품앗이샘들과 새끼일꾼들을 주축으로 달마다 한 번씩 서울에서 이어갈 공부모임에 대한 의논은

아주 고무적이기까지 하였답니다.

(준비모임: 5월 10일 흙날 낮 2시 서울 안국역 근처)


멀리 광주에서 해숙샘, 충주에서 휘령샘, 음성에서 지복현샘,

성남에서 지은샘, 안성에서 진주샘,

김포에서 아리샘, 군포에서 미루샘과 유설샘과 여섯 살 소울, 세 살 소윤,

서울 안에서 철욱샘, 서현샘, 연규샘, 기락샘,

수원에서 성남에서 새끼일꾼 가온과 재호가 동행하고,

더하여 갈무리 장소에 수년 만에 얼굴 보이러 온, 새끼일꾼들의 전범이었던 아람샘과

인교샘과 건호와 윤호와

수필가 김창환샘과 백인화샘까지 저녁시간을 내주셔서

반갑기 더하였더랍니다.

함께 하지 못했던 익산의 희중샘과 덕소의 선정샘과 성빈이와 세현은

다음 걸음을 기약하고.

 

고맙습니다.

숨은 보물을 찾은 듯한 종묘와 운현궁이 준 기쁨과

물꼬의 인연으로 모인 우리들의 꽤 길거나 혹은 싱싱하게 시작한 연과

그리고 흐릿한 날씨마저 화창한 마음으로 덮던 봄날 하루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에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살아 움직일 내일의 시간에도 배우고 익히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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