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물날. 맑음

조회 수 727 추천 수 0 2014.04.26 07:31:09

 

 

내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거라지요.

한동안 초여름 같았더니.

 

점심, 지역의 어르신들 몇 분과 자리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

정부가 하기엔 너무 넓은, 그렇다고 기업이 하기에는 너무 작은

그 틈새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민간에 맡긴 것,

그렇게 이해하면 되려나요.

“나라가 못하고, 기업이 하기엔 이윤창출이 안되고.... 틈새지.

그것을 지원이나 국민에게 참여시켜 해결하도록 하는...

국민한테 봉사를 강요하는 셈?”

“그런데, 90%가 실패하는 겁니다. 주로 생계적 기업으로 접근하니...”

헌데 물꼬는 이미 그 기능을 하고 있으니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벌써 여러 차례 있었던 터입니다.

“젊은이들 인건비만 조금만 도와주면 물꼬가 더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도와주시겠다 나서는 어르신들이지요.

마침 얼마 전 한 기관에 부임해 오신 한 분이

경기도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의 1호 설립자였더라나요.

고마운 일입니다.

관심도, 그리고 구체적인 제안도.

“와서 지내겠다는 젊은 선생들 한 번 보내요.

복잡하다지만 그건 모르고 따라가기 바쁘니 그래.

미리 준비하고 가면 아무것도 아니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은...

 

오후, 달골 산판한 나무가 지나간 흔적들 정리하기.

물꼬의 묵정밭을 지나 산판한 차가 다녔고,

달골 들머리 산으로 향하는 길로도 역시 차가 지나 다녔더랬습니다.

밭은 죄 패여 물이 줄줄 모여 흐르는 수로처럼 되었고,

달골 옆길도 만만찮아졌지요.

달골 오르는 길은 흙길 아닌가 싶게 진흙들 범벅.

그 길이야 농로이니 갈등이 일 일까지야 없지만

묵정밭은 산판 주인의 통사정에 길을 내드리고는

고맙다 나무를 좀 얻기도 하였는데,

뒷수습이 참...

산판 주인인 면소재지 약국으로 전화 넣어

정리를 좀 해 달라 합니다.

햇발동 앞마당 패인 길들도 좀 펴고,

수로도 좀 수습하고,

망가진 밭가 두렁도 올려주고,...

아주머니 당신이 트럭 끌고 와 장화신고 삽 들고 일을 하고 계셨지요.

“우리 아저씨는 다른 현장에 또 가 있잖어.

어쩌겠어. 시집을 잘 와서.... 사람을 부르기도 그렇고, 내가 해야지.”

보기 좋데요.

할 만하면 하는 거지요.

씩씩한 여자들이 주는 감동!

물꼬가 서울에서 도시 공동체를 실험하던 연남리공동체의 2층 집주인 아주머니도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 손으로 다하거나

누구를 부르면 그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다음에는 당신이 기어이 하고 말던 화교였습니다.

돌아보니 생활을 당신으로부터 배운 게 많았다 싶은.

 

저녁, 음성으로 귀농한 어르신 하나가

논에 있는 볏짚을 태우다 남의 삼밭을 태울 뻔했다는 소식.

얼마나 놀라 발을 동동거리셨을지요.

가시에 찔리고 손전화도 불덩이에 떨어뜨리고,

불을 끈 뒤엔 온몸에 긴장이 풀리며 삭신이 쑤시다 호소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산까지 번지지 않은 불, 그만만한 몸.

바람 많고 건조한 봄,

불도 산마을에서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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