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3.나무날. 비 내리는 밤

조회 수 721 추천 수 0 2014.04.26 07:31:47

 

 

처리할 공문을 더는 미룰 수가 없었지요.

이른 새벽 책상에 앉기 이 봄날 달골에서는 처음.

하기야 엊그제 올라왔으니.

바람이 찹니다.

겨울이 다시 한발 뒤로 물러난 느낌.

그래도 봄이고,

모종판을 준비했습니다.

옥수수며 호박이며 놓을 것이지요.

 

이국에서 공부하던 벗 같은 제자가

많은 고민 끝에 이번 학기를 마치고 아주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했다는 소식.

‘옥샘! 옥샘! 옥샘!

눈물 핑~

마음이 얼얼해지도록 불러 봐요.’

아이까지 낳아 키우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지요,

친정 부모님이 동행하시고.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마음이 확실했는데

늘 계획을 가지고 달려가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순간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와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말이에요.

또 "포기"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무게감이란...’

마음 어지러운 때에 Mindfulness 수업을 수강하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했습니다.

‘얼마 전엔 lovingkindness practice를 배웠는데요.

바로 물꼬에서 늘 하는 수련 아니겠어요!’

너무 보고프다 간절한 마음을 보내왔지요.

May you be happy,

May you be healthy,

May you live with ease.

‘메일 "send" 버튼을 누르고 나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다시 앉았어요.

물꼬의 힘!’

그리 거듭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 생에 놓인 길들을 생각해봅니다.

윤동주의 시 ‘길’을 읊조려보는 깊은 밤입니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 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엊그제 더블린으로부터 확정 연락이 있었고,

한 달의 아일랜드 연수일정을 위해 비행기표를 예매했습니다.

7월 6일 출국하여 8월 5일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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