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4.쇠날. 맑음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4.04.26 07:33:15

 

 

경주의 한 절집에서 대나무 바람소리를 오래 들었습니다.

사람살이 자주 이런 천상이 있어

시름 다 잊고 또 오늘을 건너갈지니.

 

간장집 마당 꽃밭의 마른 풀들을 걷어냅니다.

지난 계절의 흔적.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내고 새 날을 맞고.

어제부터 날이 찹니다.

 

간밤 아주 혼이 났습니다.

질퍽이는 길,

마치 눈이 왔을 때처럼 달골 오르는 막바지 휘도는 언덕에서

차가 미끌.

산판을 위해 난 길에서 흘러내린 흙들 때문이었지요.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큰 사고 나겠습니다.

동행했던 다른 차는 아예 오르지를 못해

차가 비탈길을 아주아주 물러나서

다시 세게 밟아 그 힘으로 겨우 달골 진입.

하여 면소재지 산판주인의 약국으로 전화 넣었지요,

물꼬 차가 패이게 하여 수로가 되다시피한 묵정밭의 물길도 잡아주고,

산판 길 흘러내리는 진흙도 조처가 필요하겠다고.

 

오늘 남도의 한 국립대사대로부터 온 연락.

방문요청이었습니다.

웬만하면 강연으로 대신하자하는데,

연락한 인연이 각별합니다.

좀 무리해서라도 이런 인연들이면 다녀가라 하지요.

같이 특수교육을 공부한 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휴학을 했다 결국 학업을 중단했고,

다시 형편 나아져 공부 열심히 해서는

더 괜찮은 길을 찾아간 그였지요.

고맙습니다, 잘 살아주어.

방문 일정을 조율키로 합니다.

 

선배 하나 건너와 먹을거리며 살펴봐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가까운 이웃, 그리고 오랜 세월의 살핌,

한결같기 어디 쉽던가요.

내 마음은, 내 삶은, 그리 하나 같았나 돌아봅니다.

 

오는 26일 흙날 남도의 한 차문화축제에서 중국황궁다례 시연을 합니다.

4월 빈들모임 일정이 바뀌게 되면서 참가가 가능해졌지요.

치파오도 장만하고.

연습이 좀 필요하겠지요.

같이 다례공부 하는 이들과 모여 연습.

人百己千이라...

 

사람이 살아가며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 1년을 소비한다 합니다.

1년...

그런데, 잃어버린 것이 떠났다고 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내 것이었다는 전제가 아닌지.

내 것이므로 다시 내 안으로 가져오려는.

떠날 때가 되었으므로 떠났다고 보면

잃은 물건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지요.

사람 관계도 그렇지 않을지.

헤어질 때

관계가 다 차서 다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보면 덜 힘들지 않을까 싶은...

뭐, 남의 이야기는 쉬운 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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