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4.쇠날. 맑음

조회 수 683 추천 수 0 2014.04.26 07:33:15

 

 

경주의 한 절집에서 대나무 바람소리를 오래 들었습니다.

사람살이 자주 이런 천상이 있어

시름 다 잊고 또 오늘을 건너갈지니.

 

간장집 마당 꽃밭의 마른 풀들을 걷어냅니다.

지난 계절의 흔적.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내고 새 날을 맞고.

어제부터 날이 찹니다.

 

간밤 아주 혼이 났습니다.

질퍽이는 길,

마치 눈이 왔을 때처럼 달골 오르는 막바지 휘도는 언덕에서

차가 미끌.

산판을 위해 난 길에서 흘러내린 흙들 때문이었지요.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큰 사고 나겠습니다.

동행했던 다른 차는 아예 오르지를 못해

차가 비탈길을 아주아주 물러나서

다시 세게 밟아 그 힘으로 겨우 달골 진입.

하여 면소재지 산판주인의 약국으로 전화 넣었지요,

물꼬 차가 패이게 하여 수로가 되다시피한 묵정밭의 물길도 잡아주고,

산판 길 흘러내리는 진흙도 조처가 필요하겠다고.

 

오늘 남도의 한 국립대사대로부터 온 연락.

방문요청이었습니다.

웬만하면 강연으로 대신하자하는데,

연락한 인연이 각별합니다.

좀 무리해서라도 이런 인연들이면 다녀가라 하지요.

같이 특수교육을 공부한 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휴학을 했다 결국 학업을 중단했고,

다시 형편 나아져 공부 열심히 해서는

더 괜찮은 길을 찾아간 그였지요.

고맙습니다, 잘 살아주어.

방문 일정을 조율키로 합니다.

 

선배 하나 건너와 먹을거리며 살펴봐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가까운 이웃, 그리고 오랜 세월의 살핌,

한결같기 어디 쉽던가요.

내 마음은, 내 삶은, 그리 하나 같았나 돌아봅니다.

 

오는 26일 흙날 남도의 한 차문화축제에서 중국황궁다례 시연을 합니다.

4월 빈들모임 일정이 바뀌게 되면서 참가가 가능해졌지요.

치파오도 장만하고.

연습이 좀 필요하겠지요.

같이 다례공부 하는 이들과 모여 연습.

人百己千이라...

 

사람이 살아가며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 1년을 소비한다 합니다.

1년...

그런데, 잃어버린 것이 떠났다고 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내 것이었다는 전제가 아닌지.

내 것이므로 다시 내 안으로 가져오려는.

떠날 때가 되었으므로 떠났다고 보면

잃은 물건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지요.

사람 관계도 그렇지 않을지.

헤어질 때

관계가 다 차서 다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보면 덜 힘들지 않을까 싶은...

뭐, 남의 이야기는 쉬운 법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94 2015.10.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1-01 682
1793 2015. 8.30.해날. 맑음 옥영경 2015-09-26 682
1792 2015. 5. 6.물날. 맑다 구름 조금 옥영경 2015-06-22 682
1791 2015. 4.15.물날. 갬 옥영경 2015-05-13 682
1790 2015. 4. 7.불날. 비 옥영경 2015-05-07 682
1789 2015. 3.12.나무날. 오후, 비는 그었으나 아직 흐린 옥영경 2015-04-16 682
1788 2014.12.24.물날. 흐림 옥영경 2015-01-04 682
1787 2014.12.23.불날. 맑음 옥영경 2015-01-04 682
1786 2014.10. 4.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4-10-28 682
1785 2014. 9.29.달날. 비 옥영경 2014-10-24 682
1784 2014. 8.20.물날. 나흘째 비 옥영경 2014-09-20 682
1783 2014. 6.19.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7-04 682
1782 2014. 6. 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4-06-24 682
1781 2014. 5. 8.나무날. 소나기 옥영경 2014-05-31 682
1780 2013.12.12.나무날. 갰다가 다시 흐리며 눈비 옥영경 2013-12-27 682
1779 2017. 5.31.물날. 흐리다 굵은 비 다섯 방울 옥영경 2017-07-07 681
1778 2015. 9.18~19.쇠~흙날. 회색구름 다녀가고 옥영경 2015-10-16 681
1777 2015. 6.25.나무날. 비 옥영경 2015-07-24 681
1776 2015. 6. 3.물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81
1775 2015. 4.22.물날. 맑음 옥영경 2015-05-30 6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