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4.쇠날. 맑음

조회 수 656 추천 수 0 2014.04.26 07:33:15

 

 

경주의 한 절집에서 대나무 바람소리를 오래 들었습니다.

사람살이 자주 이런 천상이 있어

시름 다 잊고 또 오늘을 건너갈지니.

 

간장집 마당 꽃밭의 마른 풀들을 걷어냅니다.

지난 계절의 흔적.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내고 새 날을 맞고.

어제부터 날이 찹니다.

 

간밤 아주 혼이 났습니다.

질퍽이는 길,

마치 눈이 왔을 때처럼 달골 오르는 막바지 휘도는 언덕에서

차가 미끌.

산판을 위해 난 길에서 흘러내린 흙들 때문이었지요.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큰 사고 나겠습니다.

동행했던 다른 차는 아예 오르지를 못해

차가 비탈길을 아주아주 물러나서

다시 세게 밟아 그 힘으로 겨우 달골 진입.

하여 면소재지 산판주인의 약국으로 전화 넣었지요,

물꼬 차가 패이게 하여 수로가 되다시피한 묵정밭의 물길도 잡아주고,

산판 길 흘러내리는 진흙도 조처가 필요하겠다고.

 

오늘 남도의 한 국립대사대로부터 온 연락.

방문요청이었습니다.

웬만하면 강연으로 대신하자하는데,

연락한 인연이 각별합니다.

좀 무리해서라도 이런 인연들이면 다녀가라 하지요.

같이 특수교육을 공부한 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휴학을 했다 결국 학업을 중단했고,

다시 형편 나아져 공부 열심히 해서는

더 괜찮은 길을 찾아간 그였지요.

고맙습니다, 잘 살아주어.

방문 일정을 조율키로 합니다.

 

선배 하나 건너와 먹을거리며 살펴봐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가까운 이웃, 그리고 오랜 세월의 살핌,

한결같기 어디 쉽던가요.

내 마음은, 내 삶은, 그리 하나 같았나 돌아봅니다.

 

오는 26일 흙날 남도의 한 차문화축제에서 중국황궁다례 시연을 합니다.

4월 빈들모임 일정이 바뀌게 되면서 참가가 가능해졌지요.

치파오도 장만하고.

연습이 좀 필요하겠지요.

같이 다례공부 하는 이들과 모여 연습.

人百己千이라...

 

사람이 살아가며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 1년을 소비한다 합니다.

1년...

그런데, 잃어버린 것이 떠났다고 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내 것이었다는 전제가 아닌지.

내 것이므로 다시 내 안으로 가져오려는.

떠날 때가 되었으므로 떠났다고 보면

잃은 물건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지요.

사람 관계도 그렇지 않을지.

헤어질 때

관계가 다 차서 다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보면 덜 힘들지 않을까 싶은...

뭐, 남의 이야기는 쉬운 법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22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50
6521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50
6520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49
6519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49
6518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47
6517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43
6516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43
6515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43
6514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40
6513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40
6512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37
6511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34
6510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34
6509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30
6508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25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22
6506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20
6505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18
6504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11
6503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0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