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터뜨리듯 마음을 건드리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이 그러하기를,
망울을 건드리는 햇살과 바람과 별빛처럼.
산마을을 내려가니 목련이 매달린 채 스러져들 있습디다,
언 뒤 바짝 말라.
쉬 가루가 돼버릴 것 같았습니다, 건조한 삶 같이.
일찍 스러진 것들이 주는 짠함이
사람 사는 일을 눈물겹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물꼬의 목련을 고마워해야 하려나...
오전에 조금 꼈던 구름이 오후엔 찬바람과 함께 짙어졌고
다음에는 진눈개비를 불렀습니다.
곧 눈 조금씩 나리고.
밤까지 불던 찬바람이 아주 깊은 이 밤에야 조금 멎었다는 대해리는
기온 영하로 내려갈까 말까 하고 있다는.
이번 달 빈들모임은 서울나들이.
오후, 종묘로 1차 답사를 갔습니다.
가마솥방 부엌살림 단도리를 하고 부랴부랴 오른 길,
입장시간에 맞추느라 계속 종종거리며 밥 한 술 뜰 짬을 못 내고
전철에 오르기 전 김밥을 한 줄 샀지요.
“햄은 빼구요.”
“그러면 이거 하나 더 넣어줄게요.”
그런 ‘형평성’이 고마웠던.
그 아무것도 아닌 일(뭐 하나 남보다 적다 싶을 때)에 우리는 마음을 걸고는 하거든요.
때로 그거 하나 안 먹어도 되는데 거기 마음이 걸리거든요.
왜냐하면 우린 작은 일에 분노하는 소시민, 혹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니.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작은 것에 마음을 걸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한편 우리 존재가 그러하다 인정하며 그 마음 타박하지 않고 오히려 헤아려
시금치 한 줄 더 넣어줄 수도 있잖겠는지.
저녁, 잠시 경기 설악에 들어갔습니다.
한 선배가 차려준 저녁밥상을 받았더랬지요.
반가움을 그리 전한 밥상이 고마웠습니다.
가평 현리도 들어갔지요.
거기 캠핑장을 준비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여기 ‘서리산’ 있지 않어?”
현리라, 그래요, 서리산에서 물꼬의 세 번째 계자가 1995년 봄에 있었습니다.
그 계자가 벌써 158번째를 앞두고 있는... 이십여 년이나 지난...
세월이 그러합디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