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5.흙날. 진눈개비

조회 수 801 추천 수 0 2014.04.26 07:33:51

 

 

꽃망울 터뜨리듯 마음을 건드리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이 그러하기를,

망울을 건드리는 햇살과 바람과 별빛처럼.

 

산마을을 내려가니 목련이 매달린 채 스러져들 있습디다,

언 뒤 바짝 말라.

쉬 가루가 돼버릴 것 같았습니다, 건조한 삶 같이.

일찍 스러진 것들이 주는 짠함이

사람 사는 일을 눈물겹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물꼬의 목련을 고마워해야 하려나...

 

오전에 조금 꼈던 구름이 오후엔 찬바람과 함께 짙어졌고

다음에는 진눈개비를 불렀습니다.

곧 눈 조금씩 나리고.

밤까지 불던 찬바람이 아주 깊은 이 밤에야 조금 멎었다는 대해리는

기온 영하로 내려갈까 말까 하고 있다는.

 

이번 달 빈들모임은 서울나들이.

오후, 종묘로 1차 답사를 갔습니다.

가마솥방 부엌살림 단도리를 하고 부랴부랴 오른 길,

입장시간에 맞추느라 계속 종종거리며 밥 한 술 뜰 짬을 못 내고

전철에 오르기 전 김밥을 한 줄 샀지요.

“햄은 빼구요.”

“그러면 이거 하나 더 넣어줄게요.”

그런 ‘형평성’이 고마웠던.

그 아무것도 아닌 일(뭐 하나 남보다 적다 싶을 때)에 우리는 마음을 걸고는 하거든요.

때로 그거 하나 안 먹어도 되는데 거기 마음이 걸리거든요.

왜냐하면 우린 작은 일에 분노하는 소시민, 혹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니.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작은 것에 마음을 걸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한편 우리 존재가 그러하다 인정하며 그 마음 타박하지 않고 오히려 헤아려

시금치 한 줄 더 넣어줄 수도 있잖겠는지.

 

저녁, 잠시 경기 설악에 들어갔습니다.

한 선배가 차려준 저녁밥상을 받았더랬지요.

반가움을 그리 전한 밥상이 고마웠습니다.

가평 현리도 들어갔지요.

거기 캠핑장을 준비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여기 ‘서리산’ 있지 않어?”

현리라, 그래요, 서리산에서 물꼬의 세 번째 계자가 1995년 봄에 있었습니다.

그 계자가 벌써 158번째를 앞두고 있는... 이십여 년이나 지난...

세월이 그러합디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3694 2014. 4.12.흙날. 새벽비 내리고 흐리다 갠 오후 옥영경 2014-05-15 773
3693 2014. 4.11.쇠날. 비 내린 새벽, 그리고 종일 흐린 옥영경 2014-05-15 735
3692 2014. 4.10.나무날. 회색 구름 몇 점 옥영경 2014-05-09 697
3691 2014. 4. 7~9.달~물날. 맑은 사흘 옥영경 2014-05-09 710
3690 2014. 4. 6.해날. 갬 옥영경 2014-05-09 710
» 2014. 4. 5.흙날. 진눈개비 옥영경 2014-04-26 801
3688 2014. 4. 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661
3687 2014. 4. 3.나무날. 비 내리는 밤 옥영경 2014-04-26 718
3686 2014. 4. 2.물날. 맑음 옥영경 2014-04-26 725
3685 2014. 4. 1.불날. 맑음 옥영경 2014-04-15 775
3684 2014. 3.31.달날. 맑음 옥영경 2014-04-15 743
3683 2014. 3.30.해날. 갬 옥영경 2014-04-15 889
3682 2014. 3. 26~29.물~흙날. 흐리다 비 내리고 갬 옥영경 2014-04-15 674
3681 2014. 3.18~25.불날~불날. 맑고 흐리고 비 내리고 눈 내리고 개고 옥영경 2014-04-15 738
3680 2014. 3.17.달날. 조금 흐려진 오후 옥영경 2014-04-15 716
3679 2014. 3.16.해날. 맑음 옥영경 2014-04-05 671
3678 2014. 3.15.흙날. 맑음 옥영경 2014-04-05 659
3677 2014. 3.14.쇠날. 맑음 옥영경 2014-04-05 756
3676 2014. 3.13.나무날. 서설(瑞雪) 옥영경 2014-04-05 857
3675 2014. 3.12.물날. 비 옥영경 2014-04-05 6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