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심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강의하러 온 서울의 한 박사님,

잠시 인사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꼬’가 전국에 여러 곳에 있죠?”

“아닌데요.”

“아니, 옛날에 동교동에도 있었는데...”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셔요? 그 물꼬가 지금 영동에 있는 건데요.”

“우리 애도 어릴 때 거기서 하는 캠프 갔는데...”

“아이 이름이...”

지은이였습니다.

동생이랑 같이 왔던 여자 아이,

벌써 서른이 되어있었습니다.

사당역 인근에서 시작하여 동교동과 연남동으로,

그리고 이문동에서 가회동으로,

그 뒤 서울학교를 영동으로 합했더랬지요.

연남동 있었을 적엔 세 해 동안 도시공동체도 실험했답니다.

문득, 물꼬가 큰일한다 싶데요,

아이들 건강하게 길러 세상으로 내보냈다는.

긴 시간들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웃마을 잠시 건너가 꽃차 덖는 선생님과 차 한 잔 나눕니다.

밭에서 들어와 녹초가 되신 당신께

마침 차에 있던 쫄면 꺼내 후다닥 삶아 저녁을 같이 먹고

안마도 해드리고.

어른 한 분 가까이 계신 것이 이리 위로가 되는 밤.

어른의 존재는 그런 것.

어느 소설의 구절을 떠올립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는.

많은 경험을 쌓은 노인은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도 의식을 못한다는 것.

그런데, 서구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는.

그에 반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지요.

노인은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던가요.


오래 산마을에서 홀로 공부했던 9학년 아이가

10학년이 되면서 제도학교를 갔습니다.

그가 말했지요,

공부를 하기에 학교만한 곳이 없다는.

정말 그렇겠습니다.

현재 물꼬는 대안학교라고 불리기보다

제도학교 보완학교로 불려야 옳습니다.

대안학교 그런 거 안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대안학교도 이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조심스런 진단.

뭔가 질이 찰대로 차서 다음 질로 이행해야하는 시기로 보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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