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16.물날. 조금 흐림

조회 수 727 추천 수 0 2014.05.21 08:08:13


밭에 풀을 매고 돌멩이들을 주워냅니다.

해마다 쓰는 밭인데도 돌들은 어디에서 끊임없이 차오르는 건지.

고구마를 심을 자리를 패다가

곁의 마늘밭도 맸답니다.


아이 하나가 두려움을 호소해왔습니다.

“사실은 나도, 이만큼 많이 살았는데도, 사는 일이 자주 두렵다.”

무엇이 두려운지,

그것이 왜 두려운지,

그 두려움을 어떻게 뚫고 나아갈 것인지,

같이 길을 찾아보지요.

그런데, 누구나 자기의 올바른 자리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법.

그렇다면 우리의 올바른 자리가 어디일지 찾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헤맬 것인지.

일찍부터 그것을 찾는 너는 훨씬 나을 게다, 그것이 위로가 되려나.

노신의 말에 자꾸 고입니다.

“분수에서 나오는 것은 물이고 혈관에서 나오는 것은 피이다!”

‘나’는 분수에서 나오고 있는가, 혈관에서 나오고 있는 건가...


남도의 한 절집에서 스님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절집의 뒤뜰에서 언젠가 평상을 만들어보겠다고 대나무를 베어 실어오는데

뒤에서 보이차를 내미셨습니다.

최근에 자주 차를 챙겨주고 계십니다.

아이들하고도 잘 마셔보겠습니다.


재활승마센터에 가는 길이면 들리는 한 식당이 있는데,

그 할머니 오늘 우리 집 아이의 근황을 물었습니다.

어이 하여 홀로 왔냐고.

여차저차 이제 학교를 다닌다 하니

아이가 이거 좋아한다며 아이 주라 한 보따리 꾸려주셨습니다.

한 아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운들이 그리 닿는지.

나 하나를 위해서도 세상이 그렇지 않겠는지요.

그러니 우리 살아야 합니다.

그 힘으로 또 나아가야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하나가 침몰했다는 소식입니다.

다 구조되었다더니 아니라고도 하고,

이런 때 바로 바로 전하는 뉴스에서 일단 귀를 뗍니다.

종료된 상황을 알고 싶을 뿐,

따라가며 몸과 마음이, 머리가 지치기를 원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때로 전하는 소식이

‘사실’과 벌어진 격차가 어마어마할 수도 있는 줄 알기에,

특히 이 나라에선.

아무쪼록 모두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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