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을 나갔다가 여러 소식을 듣고 옵니다.
산촌유학센터 일로 남도의 한 센터와 논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먼저 그 일을 해온 곳이고,
이끄는 분은 영성지도자로 활동해온 어른이십니다.
그런데, 부적응학생과 지적장애아를 중심으로, 그리고 농촌생활을 원하던 아이들을
한때 너무나 활발하게 돌보았던 그곳은
이제 장애아 하나만 머물고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 인근과 지방의 두어 곳을 빼고는
그 분야 상황이 그러하다합니다.
더하여, 남도에서, 어쩌면 대안학교의 선두주자였던 한 학교 소식도 같이 듣습니다.
해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야 했던 그 학교는
올해 겨우 정원을 채웠다지요.
그럴 밖에요.
대안학교가 담당했던 부분들을
이제 혁신학교라든지 제도학교에서도 일정정도 채우게 되면서
굳이 부모 역할을 많이 요구하는 대안학교가 더 이상 매력이 없어졌다는 진단.
대안학교가 이제 그 질이 찼음이야 최근 계속 물꼬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다른 질이 필요한 때이지요.
어느 영역이고 그렇지 않을까요,
무언가가 차면 다른 질로 이행하는 것이지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길을 찾을 때도 그것을 왜 하느냐는 고민 아니겠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정녕 무엇이 필요할까 물어야!
선생님 부부는 언제나처럼 돌아오는 걸음에 선물을 또 한 아름 안겨주셨습니다,
양파즙이며 현미옥수수숙성볶음이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이들이 떠나고 아이들도 이제 없어 고즈넉해지기까지 한 그곳이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고,
외려 평화를 이루고 산다 보여졌습니다.
하나의 평화기지로서 여전히 그곳은 ‘존재’하고 있었지요.
중요한 건 살아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싶데요.
재활승마센터에 다녀옵니다.
지난해 수업과 일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해내야 했던 센터는
먹고 자고 그곳에서 생활하며 마방 일을 한 달만 거들어달라며
이곳 아이에게 150만원을 제안한 일도 있었습니다.
중학생 나이의 아이에게 과분한.
재활승마 수업을 하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말을 타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는 어미보다 잘 타더니,
한 승마고로부터 오라 제안을 받기까지 했더랬지요,
덩치가 커서 기수는 못하더라도.
그 아이 올해 10학년, 이제 제도학교를 가 사십여 일을 보냈습니다.
공부가 정말로 재미있다지요.
“그러면 하렴.”
장정 노릇하던 아이의 손이 없으니 일이 감당할 수준을 자꾸 넘고
아이는 아이대로 제 삶도 물꼬에 남겨진 일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오늘은 어느 아비처럼 아이에게 몇 자.
얘야,
이른 아침에 출근이다.
집이고 일터이고 놀이터가 같은 곳이고 보면
이런 의식적인 동선이 좀 중요하다.
그래야 늘어지지 않으니까.
수행방에서 절을 하지 못하는 날이라면 더욱 소도를 한 바퀴 돈다,
그거라도 해야겠는 그런 일 있잖여.
사실은 좀 추워서도 그렇다.
낮은 덥기까지 하지만 아침은 여전히 쌀쌀하다.
오늘은 비가 내려 낮에도 싸늘했다만.
재밌느냐?
이곳은 여여하다.
꽃이 피고 봄이 오고 잎이 연초록을 벗고, 그야말로 여여하다.
여전히 물꼬는 일이 많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당연하지.
못할 일은 못하는 거지.
아주 안 되겠으면 그만하면 될 일이다.
아직은 괜찮다.
사람들이 더 자주 손발을 보태고,
그것 아니어도 규모를 조절하며 일을 해가고 있다.
아직은 재미지다.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다, 네 아비도 선배들도 그리 말하지만
돈 되는 일은 늘 아니고
성과도 없이 바쁨은 계속되고
그래도 뭔가 좀 괜찮은 세상에 살아보려는 나로서는
그런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복무해볼까 하고 움직인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어이 하여 이십 년도 더 되는 세월을 물꼬에서 살아내는가 하고.
뭐 무슨 대단한 신념 그런 게 아니라면 실망들을 할 테지.
그런데 사실이다.
그냥 흘러오다보니 그리 되었다,
그런데 나는 외려 이 까닭이 좋다.
가다 보니 거기 이르렀다 그런.
하다 보면 이 일도 되고 저 일도 되고,
이 일이 안되기도 하고 저 일이 안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하는’ 것.
물꼬가 세상과 늘 거리가 있다 생각들을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평화가 유지되는 곳이라는.
하지만 절집인들 수도회인들
세상으로부터 누가, 무엇이 무관할 수 있겠느뇨.
자주 하는 말이다만 핵심은 ‘균형’.
그래서 물꼬는 세상과 다리가 있는 섬이다.
세상과 소통하되 끄달리지 않고 뜻대로 살기.
나는 네 선택도 그런 길이길 바란다.
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든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반영일 터.
그러하니 결국 나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고
거기 또한 내 삶의 길이 있을지라.
너 또한 그리 들여다보며 네 길을 갔으면.
그 길이 어떤 색깔이든 다만,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