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깹니다.

한참 수행하던 시기처럼.

두어 시간이나 눈을 붙였을까, 그래도 가뿐한.

수행모임을 진행하려하니 몸이 먼저 준비하고 있는 듯.

그러나, 그것만이 잠을 깨운 건 아닐 겝니다.

시절이 참혹하니...


간장집 밭에 풀을 뽑고

바깥의 수업 하나 다녀왔습니다.

세월호에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꾸 눈치가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지를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그리 외면하며 이 참담한 시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남도의 차문화축제가 가을로 연기되었습니다.

온 나라가 세월호로 침통하니.

그런데 취소된 일정 덕에 뭔가 정리할 시간이 좀 되는.

이번 주는 중국 황궁다례 시연 연습으로 다 보내게 되었을 것을.

그래서 낼 자활센터와 한 대안학교 사람들의 물꼬 방문도 가능해졌고,

두 건의 회의도 참석 가능하고.

계속 하루하루 일들이 밀리고 있던 여러 날이었더랬습니다.

정리는 없이 메모만 늘었던.

흙집 해우소 겨울채비 창문을 이제야 떼고,

된장집 보일러조절기 전선을 이제야 정리하며 박고,

지난 번 작업 하다 뒷정리를 채 못 했던 새 목공실을 쓸어내고...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

이라크 전쟁을 통해 고통이 소비되는 시대를 비판했던.

미디어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가를 말한.

발행 부수와 시청률에서 앞서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더 선정적으로 더 충격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상품화하고

소비하게 하고

그리하여 정작 눈앞에 드러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고...

세월호 앞에 이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조작’사회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52분

배가 균형을 잃고 기울자 위험을 느낀 한 학생 119신고.

9시 30분쯤 해경 도착.

38분 선장 일행이 맨 먼저 구조되고,

그리고 단원고 2학년 4반의 단체 카톡방, 어느 여고생 딸과 엄마의 대화...

신고한 뒤부터 살아나온 학생과 죽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증언 외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리사욕과 국익으로 포장된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속성이라는 것을 또 확인시켜준.

그리고 이 조작사회에서 사고에 대처하는 권력가들의 매뉴얼에

몸을 떱니다.

조금의 진정성도 없이 달려간 그들의 ‘사람의 마음’ ‘사람의 얼굴’은 어디 있니이까.

그냥 달려가 구하고 그냥 달려가 같이 울어야 했거늘.

하기야 누가 누구를 무어라 한답니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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