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23.물날. 맑음

조회 수 658 추천 수 0 2014.05.23 00:20:02


겨우내 잘 썼던 가마솥방 방석들을 꺼내 빨래통에 담그고,

겨울신발들도 털어 물에 부시고,

밀린 다림질도 하고,

가마솥방 윤기내고,

장독 닦고,

바깥수돗가도 훑어주고,

가마솥방 앞 풀도 뽑고,

아이들을 만나고...

달래 무슨 길이 있습니까,

세월호의 참담한 시간들을 건너갈 방법이.


직불제 건으로 마을회관에서 관련 마을사람들 죄 모이고,

차례대로 서류들을 확인하고.

덕분에 들에 나가 서로 얼굴들도 잘 보지 못하다 인사하고.

삶은 계속됩니다...


마을에 작은 갈등 하나.

어디라고 없을까요.

나이든 사람들과 젊은 축의.

그럴 수 있겠다, 그 마음이 안 되는.

좋은 이야기도 그렇지만 나쁜 이야기도 모이면 증폭되기 더 쉬워

상대편을 험담하고 할퀴고.

안타깝습니다.

일단 듣고 다만 움직입니다.

말이란 게 앞뒤가 있겠거니, 태도란 것도 앞뒤 정황이 있겠거니,

일단 자신의 일을 다만 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경험.

전엔 중재자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아무 움직임이 없는 것도 그런 역을 해낼 수 있다는.


오후에는 자활센터와 대안학교 쪽 여럿이 물꼬에 모였습니다.

“어, 나 선생님 알아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 주 콩재배 교육을 받던 도민교육관에서 맨 앞 옆자리였다는데,

제가 뭘 물어보기까지 했다는데,

그리 만나데요.

연대가 힘이지요.

서로 도울 일들을 찾아봅니다.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럴수록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해야지!”

두어 주 뒤부터 진행하려 했던 수행모임이

오늘부터, 뭐 전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에 한 차례.

일이 되려니 이리 됩니다.

이리라도 옴작거려야 하겠는.

그래야 세월호의 참담한 시간을 지나갈 수 있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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