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나무날. 맑음

조회 수 769 추천 수 0 2014.05.28 11:30:15


노동절이라고 노동 억시게 하는 중.

“노동절은 쉬는 날 아냐?”

“그러게...”

못을 오백 개는 박았지 싶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달골 햇발동 앞에 그렇게 마룻바닥 놓고 있습니다.

반듯하면 수월할 일이나 울퉁불퉁한 바닥.

내일까지는 해야 끝이 나겠는.

참혹한 세월에도 5월은 왔고,

꽃들 흐드러집니다.

인간사도 계속되고.

밭에서는 소사아저씨 고추 지주대를 세우고.


노동절.

칼 맑스를 생각했고,

파리꼬뮌을 떠올렸으며,

여성운동가로서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을 누볐던 플로라 트리스탄을 그렸고,

그의 외손자 폴 고갱이 지나갔으며,

플로라를 도왔던 조르주 상드,

그의 연인 쇼팽,

씨줄과 날줄로 얽혔던 진한 관계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플로라와 맑스가 파리 인쇄소에서 만난 일은 언제 어디서 읽었던 대목이었는지.

어디까지가 기억이고 어디까지가 더해진 상상인지.

아니지, 조르주 상드와 맑스가 거기서 만났나요.

조르주의 책이 인쇄에서 밀리자

인쇄물과 인쇄물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급히 해내는 인쇄물이

맑스가 찍던 거였던가,

이런 허접한 일로 내 인쇄 일정을 망치느냐 따졌다던가,

그런데 거기서 노동자들을 위한 인쇄물이 왜 중요한지 역설하는 맑스의 주장에

플로라가 노동운동가가 됐다던가 조르주가 노동운동지지자가 됐다던가...

아이들과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던 순간이 떠올라 잠시 흥얼거림.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이념 떠나 노래가 참 좋지요...


그런데,

자재값을 보내려고 교무실에 들렀다가

물꼬 후원 계좌에서 안정아 이름 세 자를 보고 누굴까 한참을 갸우뚱.

엊그제 산을 같이 올랐던 이입니다.

감동.

한 선배의 인연이 꼬리를 물고 물고 그렇게 물꼬로 모여드는 여러 해.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들을 엮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그리하여 중요한 것!


그리고, 역사모임의 이광조 형님의 연락.

곧 책상이 도착할 거라는.

교실에서는 책상일 것이고 가마솥방에서는 식탁이 될.

지난해 10월 학술제에 와서 가마솥방 낡은 식탁을 본 뒤

친구가 가구공장을 한다며 짬 내서 꼭 만들어 달래 보내겠다 했던 참.

자꾸 다른 일에 밀린다더니 지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왔더라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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