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5.달날. 구름 좀

조회 수 678 추천 수 0 2014.05.31 01:07:34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날이 쌀쌀합니다.

묵언수행.

모험을 찾아 나선 이들처럼 산을 들어가

바위를 오르기도 하고 없는 길을 걷기도 하고

그러다 죽은자들의 집을 만나 쉬기도 하고

고사리도 꺾고

죽음과 삶과 흙과 돌과 나무 사이를 유영한 한 때.


선배가 가족들과 다녀갔습니다.

수행 들어가 있던 시간이라

소사아저씨가 맞고 안내도 하였지요.

“그런데요, 이거요...”

소사아저씨가 내미는 돈.

막걸리 한 잔 하시라며 선배가 건네고 가셨다는.

참내...

책상은 자꾸 늦어진다네요.

지난 해 가을 학술제를 다녀가며

가마솥방 낡은 책상을 가구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꼭 챙겨 보낸다셨던.


한 아이가 보내온 글을 읽습니다.


...

지금도 습관처럼 한숨을 쉬고 눈물이 나요.

근데 이 눈물도 제가 감히 흘릴 수 있을까요.

봄 햇살은 따뜻하기만 하고 제 일상은 아무렇지가 않아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을 마주할 때면

날카롭고 분석적인 기사도, 청계광장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와 닿지가 않아요.

친구들과 청계광장에 나가서 우리의 뜻을 알리고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도

자꾸만 무기력해져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이 일을 잊게 될까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는 것 뿐인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저 스스로 알아야 하는 거 알아요.

그냥 선생님 얼굴이 생각이 나서요. 이렇게 글 남기고 가요.


그리고 몇 줄의 답글을 건넨.


‘햇살은 따뜻하기만 하고 제 일상은 아무렇지가 않아요...’

먹먹하다.

그래, 얘야, 그렇다, 이 봄, 여전히 참 눈부시다.

할 말이 없다, 참 없다.

달래 길도 없다, 애써서 살아야지. 생각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해야지.

그래, 그래,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참 보고 싶다.

서로가 잘 있어주는 것이 서로에게 힘이더라.

잘 지내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3738 2011. 2. 6.해날. 눈이 오려나 옥영경 2011-02-23 998
3737 2009.11. 4.물날. 흐릿한 하늘 옥영경 2009-11-18 998
3736 163 계자 나흗날, 2017. 1.11.물날. 맑음 / 네가 그러하니 나도 그러하다 옥영경 2017-01-13 997
3735 2012.10. 7.해날. 맑음 옥영경 2012-10-24 997
3734 2010.11. 4.나무날. 맑음 / 가을 단식 나흘째 옥영경 2010-11-16 997
3733 2010. 9.21.불날. 늦더위 2010-10-05 997
3732 2010. 8.23.달날. 비 온다더니 소나기 아주 잠깐 옥영경 2010-09-07 997
3731 2010. 1. 1.쇠날. 밤사이 또 눈 옥영경 2010-01-04 997
3730 2009. 9.12.흙날. 맑음 옥영경 2009-09-18 997
3729 2013. 5. 1.물날. 먹구름 밀고 당기고 옥영경 2013-05-08 996
3728 2012. 8.31.쇠날. 비 옥영경 2012-09-11 996
3727 2010. 1.16.흙날. 맑음 옥영경 2010-02-02 996
3726 예비 실타래학교 이튿날, 2013.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13-02-01 995
3725 2010. 6.30.물날. 빗방울 잠깐 옥영경 2010-07-14 995
3724 2006. 9.24.해날. 맑음 옥영경 2006-09-27 995
3723 2017. 8.13~19.해~흙. 비 오는 날도 있었고 / 한 대안학교에서 보낸 계절학교 옥영경 2017-09-01 994
3722 2012.12.18.불날. 맑음 옥영경 2012-12-28 994
3721 2010. 6. 6.해날. 무더위 옥영경 2010-06-12 994
3720 2010. 3.22.달날. 우박 떨어지는 저녁 옥영경 2010-04-06 994
3719 2010. 2.15.달날. 맑음 옥영경 2010-02-27 99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