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5.달날. 구름 좀

조회 수 665 추천 수 0 2014.05.31 01:07:34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날이 쌀쌀합니다.

묵언수행.

모험을 찾아 나선 이들처럼 산을 들어가

바위를 오르기도 하고 없는 길을 걷기도 하고

그러다 죽은자들의 집을 만나 쉬기도 하고

고사리도 꺾고

죽음과 삶과 흙과 돌과 나무 사이를 유영한 한 때.


선배가 가족들과 다녀갔습니다.

수행 들어가 있던 시간이라

소사아저씨가 맞고 안내도 하였지요.

“그런데요, 이거요...”

소사아저씨가 내미는 돈.

막걸리 한 잔 하시라며 선배가 건네고 가셨다는.

참내...

책상은 자꾸 늦어진다네요.

지난 해 가을 학술제를 다녀가며

가마솥방 낡은 책상을 가구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꼭 챙겨 보낸다셨던.


한 아이가 보내온 글을 읽습니다.


...

지금도 습관처럼 한숨을 쉬고 눈물이 나요.

근데 이 눈물도 제가 감히 흘릴 수 있을까요.

봄 햇살은 따뜻하기만 하고 제 일상은 아무렇지가 않아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을 마주할 때면

날카롭고 분석적인 기사도, 청계광장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와 닿지가 않아요.

친구들과 청계광장에 나가서 우리의 뜻을 알리고 사람들과 마음을 모아도

자꾸만 무기력해져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이 일을 잊게 될까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는 것 뿐인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저 스스로 알아야 하는 거 알아요.

그냥 선생님 얼굴이 생각이 나서요. 이렇게 글 남기고 가요.


그리고 몇 줄의 답글을 건넨.


‘햇살은 따뜻하기만 하고 제 일상은 아무렇지가 않아요...’

먹먹하다.

그래, 얘야, 그렇다, 이 봄, 여전히 참 눈부시다.

할 말이 없다, 참 없다.

달래 길도 없다, 애써서 살아야지. 생각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해야지.

그래, 그래,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참 보고 싶다.

서로가 잘 있어주는 것이 서로에게 힘이더라.

잘 지내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 2014. 5. 5.달날. 구름 좀 옥영경 2014-05-31 665
3715 2014. 5. 3~4.흙~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14-05-31 884
3714 2014. 5. 2.쇠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48
3713 2014. 5.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4-05-28 769
3712 2014. 4.30.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8 680
3711 2014. 4.29.불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14-05-28 652
3710 2014. 4.28.달날. 많은 비 옥영경 2014-05-28 650
3709 2014. 4.26~27.흙~해날. 흐리기도 해나기도. 그리고 이튿날 비 옥영경 2014-05-28 702
3708 2014. 4.25.쇠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706
3707 2014. 4.24.나무날. 흐려간 오후, 그리고 몇 방울의 비 옥영경 2014-05-23 650
3706 2014. 4.23.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55
3705 2014. 4.22.불날. 흐릿했던 하늘 차차 맑아짐 옥영경 2014-05-23 759
3704 2014. 4.21.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94
3703 2014. 4.20.해날. 서울 맑음, 대해리 흐림 옥영경 2014-05-23 780
3702 2014년 4월 빈들모임(4.19) 갈무리글 옥영경 2014-05-21 975
3701 4월 빈들, 2014. 4.19.흙날. 흐림 옥영경 2014-05-21 819
3700 2014. 4.18.쇠날. 아침 비, 그리고 갬 옥영경 2014-05-21 656
3699 2014. 4.17.나무날. 오후 비 옥영경 2014-05-21 655
3698 2014. 4.16.물날. 조금 흐림 옥영경 2014-05-21 724
3697 2014. 4.15.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