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21.물날. 맑음

조회 수 622 추천 수 0 2014.06.13 08:42:59


비로소 새벽에야 글 좀 썼습니다.

달포를 미룬 글을 보내고.

가방이 좀 가벼워졌지요.

이제야 숨통이 조금 트입니다.

거의 달포를 자료만 쌓이고 일은 못해 가방은 자꾸 부풀어 오르고

낑낑대며 그걸 매고 오고가고

그런데 밤이면 또 녹초가 되어 일을 밀고

그렇게 봄날의 끝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날들을 건너가기도 하지요...

그러다 ‘소만(小滿))’.

소만.

봄이 다 차고 여름이 시작되는.

나물은 억새지고 겨우 먹을 수 있는 것은 씀바귀 혹은 고들빼기.

봄, 안녕히.


배기표 선수의 귀환.

고맙습니다.

아침부터 여러 차례 문자와 전화 있었으나 한밤중에야 연결.

초등 3년부터 물꼬의 아이였던 그는 새끼일꾼을 거쳐 품앗이일꾼으로,

스물여섯 나이에도 물꼬에 들어와 궂은일들을 맡아 해옵니다.

꼭 한 해를 바다 건너 가 있다가 막 한국 들어와

어제처럼 소식을 전해왔지요.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인지.

갈수록 아이들(이제는 큰)을 기대는 일이 많습니다.

늙어가는?


오늘은 차수업이 있었고,

한밤중 물날수행모임과 몸다루기 연습이 있었습니다.

최근 두어 해는 오래 너무 한 가지 동작으로 수련을 했습니다.

몸의 균형을 잡자고 하는 일이 몸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었던 거지요.

오늘부터 그 평형잡기.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던 아이는

넘들 학교에서 공부하던 동안

책도 읽고 글도 꾸준히 쓰더니

제도학교에 가자 무슨 글쓰기 상들을 줄줄이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분야의 일을 하든 글쓰기는 얼마나 중요한 기술이 되더이까.

그것 아니어도 제 생활을 돌아보는 글쓰기라면

나날이 삶을 가꾸는 일 안 되겠는지.

저금하고 공부하는 놈을 어이 이기던가요.

날마다, 꾸준히, 그거 무섭습니다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마음을 전하고픈 날.

대청호를 끼고 차를 몰다가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생각켰습니다.

하여 인사,

열여덟부터 지금까지 오래비 노릇해주는 선배에서부터

내 생애 참 귀한 사람,

늘 귀하게 대접해주어 내가 귀한 사람일 수 있게 해주었던.

내게 집이고 때로 아버지의 빈자리였고 연인이었고 든든한 식구였던 이.

오늘 그대에게도 인사 전합니다.

계셔서 고맙습니다.

이 시대를 같이 건너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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