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숨었습니다.

이틀의 밤은 별이 달아나버렸지요.

칠흙 같은 어둠이 명상의 좋은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희중샘은 주말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

호열샘은 나라가 시끄러워 쉬는 날이 없어 못 온다 하고,

아리샘은 무리하게 밀고 간 일들로 결국 몸져눕고,

진주샘은 미국 잠시 갈 준비를 하고,

재홍샘은 살짜기 다녀가는 길을 택하겠다,

어른계자가 집단상담이라 하자 겁난다는 샘들 두엇은 결국 안 왔습니다.

자기를 마주하기가 혹은 자기를 드러내기가 두렵다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리하여(그리고, 라고 읽어도 더 맞겠는) 우리들 다섯.

마치 석가가 처음 연 설법의 자리에 있었다던 그 다섯처럼.


오전에는 맞이준비.

그 와중에도 손님이.

교육청에서 담당계장이 바뀌어 다녀갑니다.


물꼬 안내부터.

늘 오는 공간이나 새로이 보기.

학교 구석구석의 공간을 돌며

거기 물꼬의 생각이 어떻게 담겼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시 짚어보는.

저녁을 먹고 명상했고,

자신의 뿌리찾기를 하였으며,

각자 자신이 마주한 현상들을 놓고 실타래를 풀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달골에서 노동으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축대 아래에 있던 눈개승마를,

쓸려 내린 흙을 곧 치울 공사가 있을 것이라

다른 언덕빼기로 옮겨 심는 일.

달골 앞마당 야외용식탁에서 간단한 아침요기도 하고.


오전에는 소나무 아래에서 좌선하며 명상했습니다.

전나무 아래 은행나무 곁.

마치 숲 속에서처럼.

나무 그늘로 바람 다녀가고.


점심밥상을 준비하는 동안은

물꼬 큰대문 게시판의 낡은 글귀들을 다시 써서 붙이고.


오후 세 시간은, 묵언수행과 한껏맘껏.

라마나 마하리쉬가 말한 침묵의 의미를 새기며.

이 시간은 물꼬에도 큰 의미를 지닌 시간 되었습니다.

물꼬는 1989년 출발한 이래

‘열린글나눔삶터’에서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로,

이어 ‘자유학교 물꼬’로 그 이름이 변해왔습니다.

다시 지금의 정체성에 맞게 이름자를 세우게 되었지요,

‘물꼬, 학교 아닌 학교’로.

한동안은 밖으로 ‘자유학교 물꼬’로 쓰이긴 할 것이나

‘물꼬, 학교 아닌 학교’를 같이 쓰며

물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물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다섯의 사람이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소도를 돌 때 학교 뒤란 키 큰 은사시나무가,

세상이 다 정지한 사물로 있는데,

파르르 떨며 소도의 기운을 더했습니다.

신비한.

그리고 저녁, 올 여름 첫 반딧불이가 수행하는 마음을 도왔지요.

기적 같은.


밤, 자신을 지배하는 핵심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버튼밸리 혹은 아킬레스건.

늘 내 발목을 잡고 그래서 내 행동을 만들어내는.

결국 내 약점과 강점을 찾았던 시간이었겠습니다.

내 약점은 한편 강점이기도 한 게지요!


그리고 늦은 밤.

실타래.

풀고 풀면서 마음을 쓰다듬은.

그 끝에 곡주가 있지도 않았겠는지요.


(오늘은 ‘당신’의 기일이군요.

우리가 자랑스런 대통령을 가져보았던 그 시절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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