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해날. 빗방울

조회 수 705 추천 수 0 2014.06.24 00:20:52

 

 

마늘종을 뽑았습니다.

세상은 어수선하고,

그래도 날 것 나고 먹을 것 먹고.

 

이번학기 위탁교육을 내내 미루어 오고 있었습니다.

6월을 넘기면 7월엔 아일랜드에 있고, 8월엔 계자,

그러면 가을학기로 넘어가게 되지요.

이번 달에는 그예 7학년들 위탁교육 시간을 배정하기로.

연락들 오고갑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겁이 나고 곧 시작될 하루를 떠올리면 부질없다,

라는 문장 앞에 위로를 받습니다.

나의 불순함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 당신도 그렇구나,

누구나가 그렇기도 하구나.

기를 쓰고 살아도 죽으면 끝인데

굳이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하면서 전전긍긍이라니

결국 헛되이 죽고 말 거라는 절망감이,

라는 문장 앞에서 또 위로 받습니다.

아, 더러 겪는 일이구나,

누구든 그럴 수 있구나.

앨런 와츠는 <불안이 주는 지혜>에서 우리를 그리 위로합니다.

삶에는 어떤 의미나 목적이 있다는 우리들의 건강함(?)에 찬물을 붓는 책.

그런 것 없거든, 하고 고개 팩 돌리는 책.

삶에 어떤 의미나 목적도 없다고?

그런 식의 생각은 자신의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위한 믿음일 뿐이라

싸늘하게 말하는 책.

그러면?

그런 거 없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합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나가 누구인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나는 생각의 산물일 뿐,

실제는 매 순간을 경험하는 나가 있을 뿐이라 합니다.

생각하는 것을 산다는 것과 동일시하지만

사실 삶이란 생각이 아니라 겪음이며 경험이라는 거지요.

거기에 두려움 같은 낡은 이름을 붙이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랍니다.

알지 못함을 두려워하신 대신 ‘설렘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면’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런데, 와츠가 말해줘서 그걸 아나요?

수행하다 보면 그런 결론과 만나게 되지 않던지.

 

서해바다에 세월호가 가라앉고

아직도 민간 잠수사들은 바다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데요,

사막을 건너는 법은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는 거라고.

사는 일이 그러합니다.

슬픔인들 한순간 보내집디까.

천천히 조금씩!

세월호는 이 유월의 시작 앞에서도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잠기고

우린 한발씩 슬픔을 건너야 하건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805 2013. 2. 5.불날. 잔비 내리더니 어둠과 함께 눈 옥영경 2013-02-21 1228
1804 5월 8일 해날 날도 좋지요 옥영경 2005-05-14 1229
1803 2008. 7.25.쇠날. 비 옥영경 2008-07-30 1229
1802 2009.11.19.나무날. 맑음 / 단식 첫날 옥영경 2009-11-27 1229
1801 142 계자 나흗날, 2011. 1. 5.물날. 눈발 날리는 아침 옥영경 2011-01-09 1229
1800 2011. 1.26.물날. 맑음 옥영경 2011-02-05 1229
1799 2011. 5.11.물날. 비 오며가며 옥영경 2011-05-23 1229
1798 2011. 6.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14 1229
1797 2011. 7. 4.달날. 볕 나고 갬 옥영경 2011-07-11 1229
1796 2011. 9.21.물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229
1795 150 계자 나흗날, 2012. 1.11.물날. 바람 매워지는 옥영경 2012-01-19 1229
1794 2012. 2. 6.달날. 맑으나 뚝 떨어지는 기온 옥영경 2012-02-21 1229
1793 2012. 3.19.달날. 덥기까지 한 봄날 / 류옥하다 옥영경 2012-04-07 1229
1792 2019. 1.31.나무날. 맑음 / 돌아오고 얼마쯤 뒤 옥영경 2019-02-03 1229
1791 106 계자 가운데 다녀간 손님들 옥영경 2005-09-07 1230
1790 2005.12.1.나무날.흐림 / 포항행 옥영경 2005-12-06 1230
1789 2007. 2. 5.달날. 봄날 같은 옥영경 2007-02-08 1230
1788 2007. 4.13.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4-24 1230
1787 2010. 4.12.달날. 흐리더니 밤 빗방울 떨어지다 옥영경 2010-04-18 1230
1786 2010. 8.22.해날. 오늘도 무지 더웠다 / 영화 <너를 보내는 숲> 옥영경 2010-09-07 123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