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 비 내렸습니다.
아니, 내렸다기 보다 좀 왔습니다.
시원하게 쏟아주지는 않지만 목은 좀 축이겠는.
어제부터 30호짜리 그림 작업.
화단둘레 잡초들도 좀 뽑고.
아, 오늘도 기적을 만납니다.
지난 가을 달골 앞마당 울에 금계국 몇 뿌리를 심어놓고
해를 지나 이제나저제나 목을 빼도 소식 없어
이 골짝 추위에 저도 다 죽었구나,
그런데 오늘 한 송이가 올랐더이다.
기적!
날마다 기적을 체험하는 산골 삶.
꼭 필요한 것이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처럼 오는 이 물꼬 살림살이마냥.
저녁에 달골 오르니
앞집 울타리 경계의 호두나무가 가지 부러져있었습니다.
바람이 비 앞세우고 지나더니.
사실 부러진 가지를 ‘반가워’했습니다.
부러진 것을 반가워라 하다니.
그 그늘 때문에 한껏 해를 봐야 할 백일홍이 안타까웠는데,
내 손으로 자르지는 못하고 애만 탔던.
더구나 넘의 집 나무이니,
울을 넘어왔다고는 해도.
그런데, 이것도 또한 기적이라는 생각.
필요한 일들을 하늘 손에 의지하는!
내일은 지방선거.
‘군수 옥영경, 도의원 옥영경 여사, 교육감 자유학교 물꼬 옥영경 교장,
군의원 대해리 부녀회장 옥여경, 비례대표 류옥하다 엄마 옥영경’
그리 찍겠다는 한 젊은 친구의 농담은
선거에서 우리가 뭘 기대할 수 있겠냐는 허무가 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