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찬 기운에 옷 주섬주섬 껴입고 움직입니다.
고추밭과 감자밭 풀을 잠시 맸지요.
지난 달날부터 30호짜리 아크릴화 하나 그리고 있습니다,
한 화가의 작업실에서.
집에 와서는 유화 소품도 하나 손댑니다.
하는 결에 내리하자고.
제소를 칠해두지요,
그래야 물감도 덜 먹기.
갚을 것 갚고 할 것 하고, 아, 6월은 정말 정리 좀 하고 가려합니다.
위탁교육도 하고.
잡혀있던 바깥수업들이야 그 쪽 일정 맞춰 돌아가는 것이라 나갔지만
안에서 하는 수업들은 자꾸자꾸 밀고 있었던.
서해바다에 배가 가라앉고는
도대체 같이 침잠하는 일상을 어찌할 줄을 모르고 지냈던.
뭐래도 게으름이 제일 큰 까닭이었을 테고.
자, 자, 이제 좀 털기.
안의 수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도
사람들 발길은 내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냉홍차를 냈습니다.
차를 달이고 얼음을 넣고 시럽을 섞고 다식도 내고.
대접이 참 훌륭했다는 인사를 듣습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또 새삼스런 깨달음.
지방선거.
투표하러 면소재지 다녀왔습니다.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남태현/ 창비)
한국사회의 정치는 곧 선거.
그런데 선거가 세상을 바꾸나.
한 표의 행사가 그런 힘이 되나.
내 한 표가, 조용기의 한 표와 이건희의 한 표와 똑같다? 정말?
한국 정치를 열망과 절망의 사이클이라 부른다지요,
선거 기간 중의 열망은 정치 과잉으로, 선거 후의 절망은 정치 무관심으로.
선거가 곧 정치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자주 정치가 우리를 배신했다고 말합니다.
책은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한 표의 정치가 아니라 숨은 정치라네요,
선거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조용기와 이건희의 한 표는 우리들의 한 표와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그 숨은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표의 정치를 넘어선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 합니다.
직접 참여!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의 김여진의 날라리 외부세력 같은.
정치는 일상 속의 크고 작은 투쟁을 통해서 작동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치열하게 정치투쟁에 관여하고 그 판에서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내 무관심의 크기만큼 쉽게, 큰 저항 없이 자신의 승리를 챙기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이야말로 정치적 패배라는 거지요.
일상에서 정치적 투쟁을 놓지 않을 것.
나아가 승리할 것.
물날수행모임이 오늘부터 49일 수행을 시작합니다.
뭐라도 챙겨 가면 고지(그런 게 있기는 한지)에 닿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