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그러나 흐리고 바람 좀.

 

돼지감자 줄기의 기세가 여간 아닙니다.

다른 작물을 심을 자리까지 언덕을 넘어오고 있었지요.

오늘은 자리를 좀 뺏었습니다.

비 떨어지기 여러 날이나 땅이 축여질 정도는 아니어

오늘은 고추밭과 땅콩밭에 물을 길어다 뿌렸습니다.

소사아저씨는 호박을 심을 준비를 하고.

 

늦은 오후 식구들 다 달골 올라

뒤란 꼭대기 수로를 정비하였습니다.

여러 계절이 지나며 쌓인 낙엽들,

그리고 쓸려 내린 흙들.

그곳이 더 원활해야 아래 경사지도 덜 패일.

그 사이 햇발동에 얼마 전 깐 데크에 보호용 도료를 발랐지요.

붓칠을 거두기 전 수로를 다 치고 식구들이 내려옵니다.

“목책도 칠해야 하는데...”

해서 식구들이 목책 셋 칠을 맡아

한 쪽에서 칠하고 다른 한 쪽에서 닦아주고...

손에 물집이 다 생기려는.

어둠 짙어서야 내려와 저녁을 먹었지요.

 

직지사에서 선방수행모임이 쇠날마다 얼마 전부터 있습니다.

때마다 동행하지는 못해도 짬짬이 합류키로.

다른 일 다 못해도 마음닦기라도 이어가야지 싶은.

오늘은 한 스님과 따로 자리를 하는데,

늘 하는 얘기여도 거기 또 뒤통수를 치는.

언젠가 겪었던 갈등을 하나 입에 올렸던 그 뒤끝.

“이젠 다 지나갔는데...”

“아직 안 지났네.”

아, 아직 지나지 않았군요.

어떤 일이 내게 스쳐지나가는 시간이 이리 여러 해가 걸리기도.

 

어깨를 오래 앓고 있습니다.

몇 해 전 다친 일도 있고,

많이 써서 그렇다는.

그런데 오늘, 몸의 ‘고통분담’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어깨가 아프니

다른 부위들이 그 쪽이 힘이 덜 가게 하면서 고통을 나누고 있구나 하는.

가끔 몸은 내 것인데 때로 객체가 됩니다.

몸을 봅니다. 놀랍습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고통분담!

그러니 한결 통증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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