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쾌청한 아침.
꾀꼬리 소리 들릴 것 같은.
땅콩밭 풀을 좀 매고,
아크릴 그림 작업.
이번 주 내내 많은 시간을 들여 하고 있습니다.
켜켜이 올라가는 색감이 좋습니다.
얇은 그림은 표가 납니다.
깊이만이라도 있으면 좀 낫겄지 하고
그 시간만큼 화폭 위로 쌓아보는.
아이가 와서 사택을 청소하는 동안
목공실에 잠깐 들어갑니다.
작은 화분대를 하나 만들지요.
겨울 언 문제발생시 관을 녹이는 데 긴히 사용할 플러그 두 개를
공사에서 남은 들통으로 엎어놓기 오래.
그 덮개를 만들어주자던 게 여러 달.
이제야.
그 위로 화분 하나 놓아둘.
아, 이른 아침 숙제 하나를 했더랬지요.
적조하였습니다, 라고 쓰며
어른들한테 쓰는 말은 맞나 잠시 갸우뚱하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이 끝지점까지 와서야 손을 대는 일.
‘선생님, 큰바다마을의 옥영경입니다.
지난해 가을학기와 올 봄은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일에 몰두하며 보냈습니다.
그 사이 바다 건너 두어 차례 걸음 하였고,
위탁교육과 특수아동 치료와 주말학교와 계절학교를 건넜습니다.
글은... 한 줄도 시가 되지 못한.
요 얼마동안은 서해에 빠진 배로
따라 들어간 심연에서 나오질 못 하고.
그래도 밥을 먹고 풀을 뽑고 먼지를 털고.
시간은 참 힘이 세지요.
거기 기대 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세상에나!
지난해 다녀가시고 소식 한 줄 올리지 않고.
주고받은 연락은 일 년 전에 멈춰있고.
곧 다시 뵐 것인데,
이제야 겨우 글월 하나.
그런데 일 년이 걸려 가는 글월에
선생님은 바로 답을 주십니다.
그것이야말로 선생님의 힘이 아닐까 싶은.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제게 매가 되셨지요.
이러니 나이 들어도 부모 그늘에, 스승 그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새벽 2시, 빗방울이 후두둑거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