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뚫고 고개를 넘습니다.

사람들과 구지뽕 밭에 갑니다.

뽕잎을 따며 이어가는 책 이야기가 무슨 세미나 같습니다.

서해에 배가 가라앉고 심연으로 가던 마음들을,

그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으나 각자가 웅얼거렸을,

어쩌면 이런 시간들로 애써 견디고 있었을 지도.

잎을 따고 차를 덖었지요.

신기하데요, 구지뽕 잎은 갖가지 모양입디다.

300도가 넘는 초벌 덖음에서 장갑을 세 개 끼고 시작하여

두 개를 끼고 하나를 끼고...

 

오후 잠깐, 그 댁 포장작업을 도왔습니다.

누군가 와서 잠깐만 도와도 힘이 되니까.

물꼬 일이 늘 그러하였기.

그런데, 맨날 우리 일은 못 다하고.

하지만 누구 일인들 어떤가요.

음, 헌데 차 모임은 못 가고 말았네요.

먼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게 되는 거지요, 뭐.

일을 마친 사람들이 밥을 사먹으러 간다하기

집에서 먹자며 불러 모아다

넘의 집 냉장고를 훑어 먹을 걸 차렸습니다.

우리 일은 맨날 못하면서.

이 역시, 누구 댁 일이면 어떤가요.

아, 일을 하다 일어서던 참에 한 선배가 던진 말,

“옥샘이 어찌 그리 일을 잘 하나 했더니 ‘발 벗고’ 나섰구나.

우리도 좀 가르쳐주지.”

무슨 말인고 하니

자주 발을 벗고 다니기

오늘도 맨발로 일을 하던 참인데,

일어서는 그 발을 보고 한 감각 있는 한 마디.

모두를 유쾌하게 만들었던 감각.

농은 아무도 다치지 않는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다시 흐린 하늘을 가르고 우두령을 넘어옵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도에서 도를 넘어오는 경계.

구불거리는 길도 여러 차례 다니니 그리 어렵지 아니 합니다.

잦으면 그런 것.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호수까지 아침마다 걸었다지요.

한 주 만에 길이 생겼더랍니다.

길은 그리 만들어지지요.

"너도 괴롭겠지만

보지 않을 수 없을 걸세.

어쩌면 좀 잔인한 것 같지만

내가 지나온 길을 자네를 동반하고

또다시 지나지 않으면 고갈한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적실 수 없을 것 같네.

내가 앞장을 설 테니 뒤따라오게."

전태일의 길도 생각합니다.

세월이 흘러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변한 게 아니라

사회가 변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애쓰는 동안

다만 세월이 흘러갔을 뿐이라지요.

자, 걸어봅시다, 길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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