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16.달날. 구름

조회 수 792 추천 수 0 2014.07.04 14:33:44


이른 아침 베란다 문을 열고 마당을 보다가

잠옷 치마를 입은 채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아주 잠깐 따끔한 한 순간 있었지요.

장갑을 벗고 들어와 보니,

허벅지 안쪽으로 벌에 쏘인 흔적.

저도 놀랐을 테지요.

그런데, 팅팅 붓기 시작했습니다,

걸음을 걷는 게 힘들 정도로.

뭐 해마다 있는 일이니 해마다 반응도 차음 작아집니다.

1997년이던가 처음 운동장에서 땅벌에 쏘이고는 휘청거리다 실려 갔더랬지요,

만화책에 나오는 뱅글뱅글에 별 번쩍번쩍하는 그 그림처럼.

해독제 없이도 지나갈 수 있겠지 합니다.


예비상담이랑 위탁교육을 이어 하기로 하여

오늘이 위탁교육 이틀째.

위탁교육에 여럿 줄을 서 있는데

시간을 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당장 뭔가를 해야겠다 싶어

어찌어찌 날을 잡아보았던 터.

7학년 아이를 남겨놓고 어머님은 새벽 버스에 올랐습니다.

마음이 미어졌을.

어제 내내 울던 그니였습니다.

읍내에서 아이 주전부리거리를 싸서 택배로 보내왔네요.


실컷 자고 일어나기부터.

몸 안의 독기 빼기 같은.

그리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부터.

목공수업.

못을 박고 뽑기부터.

‘... 오랜만에 만지는 망치와 톱을 보며 옛날엔 참 과학상자나 그런 것들을 좋아했는데. 못을 30개 박고 못을 뺄려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힘만 뺐다. 알고 보니 간단했다. 원리를 모른 것이다.’

해가 넘어간 뒤 보리수열매도 같이 땄습니다,

잘 익어 매달린 것 입에 털어가며.

저녁을 먹은 뒤엔 저는(아이는) 선명상을 저는 붓명상을 같이 했지요.


밤, 하루를 같이 갈무리한 뒤 아이를 들여보내고

달골 부엌세간살이를 정리했습니다.

뭘 그렇게 맨날 청소를 하며 사냐, 걸려온 전화 너머에서 하는 말.

사는 일이 그렇지요.

밥도 날마다 먹고 있고

세수도 날마다 합니다.

정리도 그런 것이지요.

순간순간의 삶이 그런 것일 터.


서울은 진보시장 아래 마을공동체들이 들썩들썩 한다고.

한 마을에서 공동체교육 탐방을 받은 기금으로 한다는데,

물꼬로 오고 싶다는 소식입니다.

물꼬의 빈들모임을 그대로 진행해주면 어떻겠냐는.

좋은 생각!

차 한 대의 식구들이 올 거라는.

8월, 물꼬 여름 일정이 끝난 뒤라면 괜찮겠지요.


주말에 백양산 야생 차밭을 갔던 이들이

사진과 함께 소식 전해왔습니다.

‘전남 장성 북일면 오산리

자라 오를 쓰는, 자라산(오산)을 배경으로하는 동네 오산리

맞은편의 성미산을 바라보고 남향인 동네.

예의 전라도 모정을 지나, 30년 차를 하셨다는 모리거사님의 댁이 있다.

... 집에 들어서면 중앙에 감나무, 우측으로는 살구나무,

우물가 옆에는 앵두나무, 앞쪽으로는 매실나무, 음나무 등이 있고

마당에는 질경이와 터를 두고 다툼한 토끼풀들이 무성하게 있다.

들어서서 우측으로 옛날 돼지 움막 자리에는

차를 덖는 무쇠솥이 지름 7~80cm, 깊이 60~70cm 이 걸려있다.

작업하는 공간이 셈이다(청차, 황차 포함).

야생 차밭은 바로 그 자라산 남향 쪽이 모두다.

대나무와 같이 전투하면서 자라는.

차나무는 자기 키의 3배 가량 뿌리를 아래로 내리고 대나무는 옆으로 뿌리를 뻗치고.

넓이와 깊이의 다툼 내지는 공존.

처음에는 무쇠솥의 300도 정도에 장갑 2장끼고,

다음에는 온도를 낮추고 장갑 1겹, 그 다음에는 맨 손으로 2~3번 정도.’

유념을 거쳐 한지에 싸 보관하다 다음날 포장한다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덧붙인 사진.

누구일까요, 이리 꼼꼼하게 전한 이는.

시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고, 동행하지 못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읽히는.

그를 알아 또한 고마운 한 순간.

그리고 3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차를 덖는 데 보낸 이도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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