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21.흙날. 맑음

조회 수 923 추천 수 0 2014.07.10 09:31:59


봄의 봉우리는 이불빨래이지요.

봄 햇살 퍼지는, 산마을에 그 햇살 이르기까지는 좀 멀지만,

하여 해마다 5월에 일삼는.

장마 전에는 해야 하건만 올해도 이불빨래는 더디게 되었습니다.

어제 일부 이불들 빨래방 가득 널어놓고 학교를 나왔더랬지요.

빨래방 비닐하우스는 기특도 하여

여름이고 겨울이고 여러 날 그리 잊고 있어도 무사하답니다.


‘섬’모임 있었습니다, 서울역 상상캔버스에서,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고미숙)를 가지고.

지난 5월 출발하고 그 두 번째.

학부모들인 선정샘과 영심샘,

물꼬모임에 첫 걸음한 승목샘,

아리샘과 연규샘과 옥영경.

그리고 우리의 빛나는 새끼일꾼 가온.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 정반대의 백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우리에게 공부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들.


가온이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맑스주의가 뭐예요?”

맑스주의가 무어더이까.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계승한 사상·이론·학설 및 그에 따른 실천활동?

사상적·논리적 기초는 변증법적 유물론·사적 유물론이며,

경제학설로서의 잉여가치설 그리고 정치적 학설로서의 계급투쟁론과 더해져

자본주의사회의 붕괴와 사회주의·공산주의사회의 도래를 전망하다?

자본주의 문제점을 혁파하고 노동해방을 이루어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을 지지하는 사상쯤이지 않겠는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공산주의는 정치경제학 이론;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생산/공동분배를 주장

사회주의는 사회체계에 관한 이론;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

그런데, 공상적 사회주의와 과학적 사회주의는?

공상적 사회주의는 프랑스 계몽운동 시기에 생시몽 등에 의해 제창되었고,

반면에 과학적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에 의해 제창된 마르크스-엥겔스주의로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을 뼈대로 하지요.

그럼 또 레닌주의는?

원시공산제에서 고대노예제, 다음은 중세봉건제, 근대 자본제를 넘어 공산제에 이른다는

마르크스의 역사발전단계 중 일부를 건너뛰어

바로 공산제 사회로 이행해도 된다 주장한 레닌.

농노제가 유지되고 있었던 중세봉건제 사회였던 제정러시아에서

바로 공산제 사회로 가자 혁명을 이끌었던.

어쨌든 일반적으로 공산주의라고 하면 마르크스주의를 말할 테지요.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의 하나.

그리하여 80년대 화염병 뒹구는 거리에 있었던 이들에겐

그 사상적 연대가 있었던 게고.

승목샘이 먼저 열심히 대답하고 다른 이들이 보태기도.

그렇게 하여 한 편의 답변서가 만들어지는.

그런 게 또 세미나의 힘일 테고.


한 선생님의 투쟁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옥샘, 저는 사람이 못할 일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이야기는 그리 시작되었지요.

그럼요,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지요.

그런데 비하의 대상이 되어 일을 수행해야 한다면 그 일은 못할 일이 될 것.

경기도의 한 학교 기간제 교사가 학교로부터 맡겨진 부당한 일에 대해 저항하고

연대를 호소하고 결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낸 승리의 이야기.

그 사이 있었던 지난한 일들과 마음앓이를 어찌 다 표현하겠는지.

지금도 편치 않게 출근을 하고 변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문제적 교사가 된 거고,

타인들이 보이는 곳에서는 아무도 문제적교사랑 말조차 섞지 않는.

“옥샘,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훌륭합니다, 그런 선생님을 알아 자랑스러웠습니다.

이것 역시 일상에서 한 정치적 투쟁이고 승리의 기록일 것.


그리고, 창대비 쏟아지는 신촌의 오래된 헌책방에서 선배를 만났습니다,

산에 가려다 소나기 만나 발이 묶인.

우리들의 젊은 날 누구랄 것 없이 최루탄가스 난무하는 거리에서 보냈던 시간처럼

그렇게 새벽 한가운데를 걷기도 하였지요, 어깨 겯고.

끊임없이 책 이야기를 나누었고,

거기에는 스무 살 언저리 한껏 노엽던 시간들과 싸우던,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묻는 지금과는 분명 대극에 있던,

그런 시절이 얹혔으니.

‘훌륭한 사람들이 통치하기를 거부할 때,

그들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자기들보다 못한 자들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

(여러 날 뒤 선배는 플라톤의 국가 1권을 들먹이며 지나간 시절을 반추합디다.)

그 밤에 가방에서 꺼낸 책을 거리에 하나하나 펼쳐놓으며 하는 이야기들은

정작 책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결국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을 것.

그건 순전히 다가올 날들에 대한 힘 쌓기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싶은.

이 지독한 침잠의 날들에 다음 걸음은 좀 나으리라 하는.

사람의 움직임이 무엇이건 누구나 다 살자고 하는 짓들일 겝니다.

누구나 다 살아가고파 하는 것일 터.

아무쪼록 함께 한 시간이 다음 걸음의 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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