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27.쇠날. 비 한 방울

조회 수 675 추천 수 0 2014.07.16 22:36:06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파블로 네루다가 <질문의 책>에서 말합니다.

누구한테 그것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

그런데, 어느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문제를

이제 생각도 하지 않고 사는 우리들(그대는 아닐 수도)이라니.

“수단이 너무 많아지면서 자신이 이것을 왜 하는지 목적을 잊어버리게 된 거죠.”

그런가요?

그럼 다시 물읍시다.

“나는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온 거지?”

우리는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온 것이더이까...


“시간 벌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빈들모임이 오늘부터라 오늘 들어온다던 가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일들 도착하겠다는,

<詩원하게 젖다-시인 이생진 선생님이 있는 산골 초여름 밤>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맞춰.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이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덕분에 더 여유롭게 맞이 준비를 하겠습니다요.


달골 햇발동, 방마다 이불과 요와 베개를 확인하고,

창고동에도 침구 올려놓고,

방마다 베갯잇과 수건들을 챙겨두고,

내일 아침 챙겨둘 자리끼 자리도 마련해두고,

욕실의 세면용품도 꼼꼼히 점검,

비워지지 않은 창고동 시방도 잘 수 있도록 치워내고.


오랜만에 품앗이샘들도 보겠고,

어른들 따라 꼬리처럼 온 아이들도 보겠고,

선배들 후배들 이웃어르신들 죄 보겠습니다.

처음 오는 이도 있을 것.

우리들의 오픈하우스(?)가 설레는 시간!

말씀드렸던가요, 이제 이생진 선생님 오시는 6월 빈들모임이

마치 물꼬의 오픈하우스 같은 느낌이라는.


촘촘히 움직이다 저녁밥상을 물리고 마당가에 앉습니다.

여기저기 앉고 있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저녁이 내리는 마당을 보는 일은

산골에 사는 최고의 호사입니다.

얼마 전 한 벗이 보내온 장자의 ‘道行之而成’이 떠올랐습니다.

“강신주는 이것을 길은 다녀야 만들어진다로 해석하더군.”

공자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한 것 역시

도가 그 자체면 바로 죽어야지, 왜 저녁에 죽냐,

이건 해봐야 한다는 말이 내포된 것이라며

行에 방점을 찍어서 강조했다대요.

行을 생각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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