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달골 앞마당 데크 앞의 부레옥잠이

드디어 꽃을 피웠습니다.

기적입니다!


세검정에서 노닌 기(遊洗劍亭記)에서 정약용이 그랬습니다.

‘세검정의 빼어난 풍광은 오직 소낙비에 폭포를 볼뿐이다.’

하지만 비 내릴 땐 나서기 내켜하지 않고,

비가 개고 나면 산골 물도 금세 수그러들고,

허니 그걸 맛본 자가 드물 밖에요.

‘신해년(1791) 여름의 일이다.’

여러 사람과 조그만 모임 중에

술이 몇 순배 돌자 무더위가 찌는 듯한데,

‘먹장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나더니,

마른 우레 소리가 은은히 울리는 것이었다.’

정약용은 술병을 걷어치우고 벌떡 일어나 세검정을 가자 했다지요.

‘...이때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골물이 사납게 들이닥치더니 순식간에 골짜기를 메워버렸다. 물결은 사납게 출렁이며 세차게 흘러갔다. 모래가 일어나고 돌멩이가 구르면서 콸콸 쏟아져 내렸다. 물줄기가 정자의 주춧돌을 할퀴는데 기세가 웅장하고 소리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난간이 온통 진동하니 겁이 나서 안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했다. “자! 어떤가?” 모두들 말했다. “여부가 있겠나!”’


멀리서 벗이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선배가 다녀간 자리에 연이어.

그의 말대로 ‘큰비에 세검정 달려가기 식으로다가 그렇게’.

비가 제법 많이 온다 하였다 하니

말 그대로 세검정행이겠고나.

“그런데, 아니, 이 사람들, 나 낼모레 출국해야는디,

일은 언제 다하고 짐은 언제 싸라고...”


미역국을 먹고 싶다 했습니다.

생일이기라도 한 걸까요.

아니면 어머니가 그리운?

그저 좋아하는 음식인 건지.

그 어떤 까닭인들 어떻습니까.

아이들이, 때로는 어른들도, 가끔 전화해서 말합니다,

물꼬 가고 싶어요, 물꼬 밥 먹고 싶어요.

그건, 힘들어요, 보고 싶어요, 뭐 그런 말들.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아일랜드 가서 명함 필요하지 않아요?”

아차, 왜 그 생각은 않았을까요.

다른 땐 물꼬 안내지를 영문으로 쓴 A4 복사지를 내밀었던.

국내에서야 명함을 쓰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그런 걸 다 헤아릴까, 고마웠습니다.

참 따뜻한 사람들.

해서 밤엔 명함 디자인과 재질 결정.

바삐 만들어주겠다는 벗.


그리고, 한 아이의 하소연.

시험 때문에 죽겠다고. 전교 1,2등 하는 아이.

시험 때문에 죽고 사는 애들도 꼭 1, 2등 하는 놈들.

“야, 힘겹고 어렵다 해도 다 살아지는 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겪다보면 다 감당하게 되지. 별수 없으니까.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

견딜 수 없을 땐 죽을 것이기에 살아있는 한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는 거지.

견딜 수 없는 순간을 견디는 길은 두 가지.

상황을 바꾸거나,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그런데, 상황을 바꾸기가 쉽더냐, 어디.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그래서 그 많은 혁명가보다 현실안주자가 있을 수밖에.

인간사로 바로 증명이 되잖여.”

그래요, 그런 것이었겠지요.

힘드니까 다만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었을 것.

아희들아, 기말 친다고 모두 욕보겄구나...


이튿날,

멀리서 온 벗이 종일 운전을 맡아,

만날 짬이 없으니 그리라도 만나서,

이번 학기 정리해야 할 마지막 바깥수업들과 수행에 동행.

한밤 수행모임 인사를 끝내고

그는 서울로, 저는 물꼬로 들어옵니다.

누구 말을 빌자면,

사랑하면 오래 살아야 합니다, 행복을 나눠야 하니까!

오래 삽시다려, 그대도, 나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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