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나무날. 비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4.07.16 22:51:38


정녕 어렵게 어렵게 내립니다.

그리 애닯게 하던 비입니다.

드디어 마음을 풀어내는데,

아, 네 마음 그랬더냐 싶어 덩달아 속이 다 아렸습니다.

서해바다에 가라앉은 배가 떠오르기도.

이제 좀 슬픔을 보내려느냐,

이제 좀 날을 보내려느냐...


달골과 학교,

아일랜드에서 한 달 머무는 동안 남겨질 공간을 두루 살핍니다.

물꼬가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오가지 않을 것도 아닌데,

언제나 떠날 땐 그곳에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지요.

그러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일이 전가되지 않도록 최대한 움직이게 되는.

그렇게 예제 살피며...

그래도 손이 못가는 곳들이 있을...


<詩원하게 젖다>에 왔던 성산포 그림 두 점도 돌려주고,

한 고교의 시험감독도 들어갔다 옵니다.

수학시험이 배포되자마자 3분이 1이 바로 마킹 끝내고 엎드립디다.

말로만 들었던 현장.

이런 아이들을 붙잡고 잠도 안 재우고...

하기야 이 나라에서 무엇인들 정상이던지.

청소년기 정상적인 발달은 얼마나 중요할 것인지.

제발 아이들 잠이라도 좀 재웁시다!


밤, 와인연구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사기 바늘 마개를 떼 내다가 손가락 끝이 살짝 찔렀습니다.

그 작은 상처가

아버지 떠난 설움을 불러내고

온갖 생각을 불러옵디다.

바람이 어디 나뭇잎만 건드리더이까.

멀리 간다하니 마음이 연해져 그런 겐지.


“새 토스터가 있는데...”

물꼬 줄까하는 소식.

달골에 있던 것 망가졌더니.

참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손으로 살아지는 물꼬살이입니다.

얼마 전엔

‘걷기에 관련된 책들이 이구동성으로 속도에 대한 반기랄까

루소의 자연이랄까 여유를 느림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를 제본해왔던 선배이지요.

물꼬 삶에 제 삶이 얹혀가는.

당장 몇 장 들춰 본 책,

- 걷기라는 주제는 불가피하게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 걷기는 항상 길을 잃는 주제이다.

- ... 문화적행위, 즐거움, 여행, 돌아다니는 방식으로서의 걷기가 사라지면서

몸, 세계, 상상력 사이의 유구하고 긴밀한 관계도 사라졌다


걷기가 불가피하게 항상 길을 잃는 일이라는...

사는 일이 또 그런 걷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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