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불날 맑음

조회 수 2013 추천 수 0 2004.12.22 23:18:00

12월 21일 불날 맑음

푸른누리공동체에 엊저녁에 들어가
최한실샘과 오래도록 명상수련에 대해 얘기가 길었습니다.
그 전날 먼저 들어가 계시던 유경샘과도 밤이 늦도록
살아온 날들에 대한 나눔과
앞으로 물꼬생태공동체에서 같이 살 날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이른 아침 대해리로 함께 건너왔습니다.
아이들은 손풀기를 끝내놓고 예쁘게들 앉아 기다리고 있었지요.
2004학년도 갈무리글쓰기에 들어갔습니다.
부엌샘이 동지라고 잊지 않고 내놓은 팥죽을 먹고
나무 하러 산에 오르기 전
공사가 대충 마무리된 방을 청소 한바탕 했더라지요.
나뭇단을 한 짐씩 내린 뒤에는
학술제(?) 준비를 잠시 했습니다.
한 해 동안 제가(자기들이) 연구한 것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더랍니다.
"정근이 오빠야, 개구리의 천적이 오리부리너구린 거 알아?"
예린입니다.
"응, 알아?"
"(스스로 공부 공책에)적었어?"
"아니, 그건 발표 안할거야."
자기 연구를 하면서 다른 이의 연구과제와 닿아있는 부분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도 있데요.

'대륙보일러'에서 새벽같이 내려와
밥알 김경훈님, 상범샘, 기락샘, 젊은 할아버지와 함께
화목보일러를 설치했습니다.
날도 무지 추운데,
이인복 박병곤 아저씨 얼마나 고맙던지요.
(누구보다 김경훈님이 고생 보따리 안으셨습니다)

아, 논두렁이고 밥알식구가 되길 소망하는 신동인님,
도서프로그램 전해주러도 굳이 들어왔다 가셨습니다.
보일러공사가 못내 궁금하셨던가 봅니다.

아이들이 비로소 자리(병석)를 다 턴 듯 보입니다.
혜린이는 눈이 떼꿈해졌고
류옥하다는 기력이 좀 떨어졌으며
나현이는 얼굴이 쬐끔 줄었고
도형이는 몸이 좀 가뵈야봐진 듯하고
예린이는 조금 솔아졌습니다.
마냥 안됐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겨주어서, 약 한 알 안 먹고.

조릿대집으로 건너가는 길,
우리는 커다란 아주 아주 커다란 달무리를 보았습니다.
"달무리는 왜 생겨요?"
알아보자고들 하였지요.
우리 아이들 늘 이렇게 진리를 즐겁게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했지요.
오늘은 보일러 시험가동이라 아무래도 의심을 떨칠 수 없어
김경훈님이 하루 자본다셨는데,
조릿대집 구들이 억시게 밀어넣은 장작들에
그만 새까맣게 타버리고 말았다네요.
이불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더랍니다.
그때 안갔음 집채 다 태울 뻔하였다나요.
그나저나 보일러에 나무 집어넣느라
김경훈님 젊은 할아버지 밤새 고생이시겠습니다요.

공동체식구들 번개모임이 점심 먹고 있었습니다.
옥영경이 방콕으로 위파샤나 수련을 다녀와도 되겠는가를 놓고
그것도 백 번째 계절자유학교가 열리는 날들에 가도 되겠는가고.
다녀오랍니다.
어려운 결단을 해준 식구들이 고맙습니다.
1월 3일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 맞아들인 뒤
이튿날 방콕으로 가서 보름을 보내고 올 계획입니다.
내 심중에 있는 것들이 무언가 뿌리까지 캐내며
공동체에 내가 어찌 쓰일까 잘 들여다보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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