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물날 흐림

조회 수 1295 추천 수 0 2005.01.02 23:31:00

12월 22일 물날 흐림

참 빠릅니다.
섣달도 다 갑니다.
농사꾼은 겨울에 쉬어야 한다며
노닥노닥 보내던 12월이었습니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었네요.
"소리-1" 장구와 판소리에 온 신명을 쏟았더랍니다.

머리 감는 것도 일인 이곳입니다.
바람이 조옴(좀) 새들어야 말이지요.
낼 서울 나들이 간다고
햇살 퍼졌을 때 머리들을 감았더랍니다.
저들이 하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머리 마사지 해주느라 같이 들어갑니다.
"아야야..."
그렇게 엄살을 부려보지만
시원하다고, 진짜 시원하다고 노인네들처럼 말합니다.

화목보일러,
그거 나무귀신입니다.
얼마나 잡아먹는지요.
오늘은 아이들이 조릿대집에 쌓아두었던 나무를
다시 아쉬운 대로 학교보일러 곁으로 옮겼습니다.
한 녀석이 게으름을 피웠겠지요.
"남의 일이 아니야."
다른 아이들이 그에게 말해줍니다.
그래요, 이곳에서 짓는 농사며 일들,
남의 일이 아니지요.
더구나 땔나무라면 당장 오늘 문제니까요.

아이들이 잠자리로 다 갔으나
그만 낮잠을 오래 자버렸던,
12월 이 곳에 머물고 있는 다섯 살 산들이가
일 하고 있던 제 앞에서 책을 읽다
다른 책을 가지러 문을 열다말고 돌아봅니다.
"나랑 여기서 살자아."
나랑 여기서 오래 사이좋게 같이 잘 살자 그런 말이겠지요.
자기 딴엔 진한 연대감이고 찬사고 뭐 그런 뜻일 겝니다.
며칠 전 자러 가는 애들 꽁무니에 붙어있던 그에게 그랬지요.
"너는 여기서 사는 게 좋아?"
"응."
"나도 너랑 같이 살아서 기뻐."
말하자면 그것에 대한 제(자기)식의 답례인 셈입니다.
참 예뿐 아이입니다.
이네들과 사는 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마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963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82
6652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524
6651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161
6650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5047
6649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15
6648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682
6647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4671
6646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39
6645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29
6644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592
6643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563
6642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40
6641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24
6640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390
6639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69
6638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46
6637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08
6636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41
6635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4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