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비 내렸습니다, 종일.

문을 나서기가 엄두가 안 나는.


한 달 동안의 아일랜드 걸음이 어젯밤에야 이곳에 이르렀고,

오늘 늦은 아침을 시작으로 이곳 일상에 복귀.


학교에는 계자를 앞두고 샘들이 몇 미리 들어와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택을 청소하고,

샘들이, 아이들 와 북적이기 전 호젓하게 만찬의 저녁을 위해 장도 봐 왔습니다.

희중샘의 선물이었지요.

기특하게 채식주의자를 위한 밥상까지.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연수를 가 있는 동안

지난 7월 10일부터 가마솥방 바닥공사가 있었고,

장판이 깔렸습니다.

짐들이 나왔을 테고,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아직 있었지요.

오늘 샘들 몇 모인 김에 피아노와 장을 들이기로.

이불을 깔아 올려놓고 옮기기.

윤지샘, “장판도 찢어지고 내 마음도 찢어졌다.”

“윤지야, 네가 찢어지지 않아 다행이야.”

그런데, 밥상머리 무대가 사라졌네요.

이번 계자는 준비하기 빠듯하니 그냥 가기로.

곧 나무로 만들어 놓아야지 합니다.


그리하여, 저녁답엔 목공일을 한참 해야 했네요.

들고나며, 2003년 지역의 에넥스 공장에서 후원을 받아

한 번도 이동해보지 않았던 장은

이번 공사에서 그만 탈이 났습니다.

그것을 손보는 일.

보기 좋은 가구 짜자고 시작한 일이 아닌

이러자고 지난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목공일을 했더란 말이지요.

살면서 제일 잘한 일 아닌가 싶습니다.


수현샘이 저녁버스를 타고 들어와 껴안는데,

눈물이 다 핑 돕디다.

꼬박 한 해를 보지 못하였지요, 아마.

어려운 시간을 건너가고 있던 수년 전 이 어린 친구들을 기댔더라지요.

‘일단 이곳은 굉장히 흐렸다. 하지만 도시와 확연히 다른 풍경이 보였는데 구름이 자욱하게 껴서 산윗부분을 솜처럼 감싸고 있던 것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한 장 찍고 물꼬에 들어가는데 역시나 아주 익숙한 느낌에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옥쌤을 뵙자 너무 반가워서 가슴이 일렁였다.’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쓴 수현샘.

그랬습니다.

오랜 세월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는 이 엄청난 행운이라니.

우리 아이들의 성장사에 동행하는 복이라니.

저 아이도 초등 2년이던 아이가 대학을 갔지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계자를 빠진 적이 없는,

그래서 밀도면에서 물꼬 10년차도 더 된 희중샘은

먼저 들어와 있는 샘들을 위해 고기를 먹이고 해물탕을 먹여주고.

일하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살림까지 거드는 이네들을

무어라 다 찬탄할 수 있을 것인지.

교무실에는 들어섰더니 치마 두 개가 메모와 함께 놓여있었습니다;

긴 치마와 짤둑한 치마.

시장가서 샀다고.

‘별건 아니지만 선물’이라고.

이미 별거입디다.

이제는 우리 애들이, 애들이었다 어른이 된 그들이

이리 멕이고 입혀주고 있음이라....


밤에는 158계자에 올 아이들 집으로 전화를 돌립니다.

처음 아이를 보내는 경우엔 목소리 한 번 듣는 것만도 걱정 덜겠기에.

시절이 이러하니 안전에 대한 이야기며

다른 때보다 통화가 길었습니다.

아이들은 몇 되지 않는데, 하룻저녁에 끝나질 못한.


오늘 우리들의 하루 갈무리모임은...

이번 계자의 주축은 이네여서

일종의 의식화였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면 참 낡은 이야기.

하지만 하면서도 들으면서도 눈물들이 글썽여진.

‘연대’가 주는 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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