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은 157다음이지요. 그 앞은 156.

계속 앞으로 가면 1에 이를 것입니다.

그렇게 계자가 이어져왔습니다.

1994년 여름부터였지요.

계절마다 한 차례 있기도 했고,

어느 해는 달마다도 했고,

언제는 여름과 겨울에 무려 네 차례씩 하기도 하고...

긴 날이었습니다.

여러 해였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지금 품앗이일꾼(교사)으로 또 후원자인 논두렁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름엔 계자가 아일랜드 연수일정으로 한 차례.

그것도 좀 늦게.

‘2014 여름 계절자유학교-바람은 삽삽이 잎에 앉고’,

그 아침을 엽니다.


시를 한 편 읽으며 아침모임.

그리고 오늘의 ‘아침에 듣는 말씀’은

“쓰레기를 버릴 때도 격이 있다.”

빨 옷조차, 씻을 그릇조차, 버리는 종이조차

아무리 빨고 씻고 버릴 것일지라도 그것을 마구 집어넣지는 않기.

끊임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볼 것이고,

순간순간 단정함을 익혀갈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걸 ‘보고’ 배울 테지요.

설득은 말에 있는 게 아니다마다요.


이제 세밀한 청소로 들어가기.

‘...창틀... 벌레시체 혹은 살아있는 벌레를 치워내야 했는데 집에서였으면 빗자루 털끝으로도 못 건드렸을텐데 물꼬에서는 비위가 조금 더 세진 것 같이 거의 다 쳐냈다.’(새끼일꾼 자누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그래요, 우리 어머니들을 보셔요,

똥도 치우고, 온갖 것 다 하잖아요, 식구들 위해서,

그래서 세상 모든 엄마들은 정답인 거고.

아이들을 돌보자면 그리 되는 거지요, 우리도.

‘... 청소를 할 때 왜 이런 데까지 하지? 하고 의문스럽고 하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끝나고 나니 보람찼고 이런 산골에서 넓은 학교를 유지해온 비결이라 생각했다.’

첫걸음한 지연샘은 그러했고,

한편 오랜 걸음의 윤지샘은 또 이러했습니다.

‘... 처음 새끼일꾼일 때 깨달음 이후로 또 다른 깨달음이 있었다. 항상 미리모임 때 들어온 물꼬는 정돈되어 있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이였다. 이번에는 옥샘의 부재와 함께(아일랜드 한 달 연수) 옥샘이 혼자 계자 준비하시는 것을 같이 하게 되니 지금까지 이 많은 일들을 혼자 어떻게 하셨나 싶고 대단하시다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들여다보고 확인해야 했다. 이럴 때 ‘역시 옥샘이다’ 싶고.. 또 복사기로 글집 복사를 하면서 지금까지의 품앗이샘들과 희중샘에게 정말정말 감사했다. (* 새벽에 이르도록 하는 일이었으니)’

처지가 돼보면 아는 게지요.

물론 누구나 처지가 된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닐 테지만.

그리하여 우리 윤지샘, 이제 행사 하나를 진행할 때

그것이 진행되기 이전의 준비과정까지도 통찰하게 되지 않았을지요.


같은 시각, 영동역에서는 아이들을 맞고 있었습니다.

휘령샘과 수현샘과 희정샘과 기표샘이 나갔군요.

그런데, 전체안내를 처음 맡아본 우리 휘령샘,

머리를 묶어주냐는 율리네 어머니의 질문에,

‘새끼일꾼들과 품앗이일꾼들이 최선을 다해서 묶어보겠습니다!’

군대 갓 들어가 힘이 잔뜩 들어간 이등병처럼 답했다지요.

이렇게 군대는 안 갖다 온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인용한다는...하하.


낮 12시, 저기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는 군요.

오니라 오니라 어여 오니라.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말, 하늘은 어찌 이리 고맙답니까.

내내 축축했던 날이 아이들 오는 오전은 말개졌더랍니다,

오는 길 우중충하지 말라고.

모다 마흔 일곱이기로 했더니

아이 하나 다쳐서 못 오고, 어른 하나가 하던 일에 문제가 생겨 수습하느라 오지 못하고,

하여 마흔 다섯(아이 스물넷, 새끼일꾼 일곱, 품앗이일꾼 열넷).

겨울이야 자리가 느슨하기 흔하지만

여름을 또 이리 널럴하게 보내기는 처음인가 봅니다.

일곱 살 아이부터 낼모레 예순이 되는 사람까지.

장애등급을 가진 친구도 없고(정서행동장애 경향을 가진 경우가 있긴 하나)

시설아동 아이들도 없는 계자도 십 수년 만에 처음인 듯.

승욱이야 밥바라지 엄마따라 미리 들어와 있었고,

지난겨울 마지막까지 못 채우고 떠날 일이 생겼던,

하지만 모두 너무 아쉬워해 부모님을 설득해 보내지 않았던 선우 태우,

계자 아니어도 빈들모임이며 서울일정에서며 여러 차례 보는 윤호 건호,

자근자근 예쁘게 노래하는 여원,

훨씬 부드러운 얼굴로 온 유진이가 친구 세린과 동행했고,

그 인연으로 온 유지,

규민이가 함께 계자를 한 형아들의 안부를 물으며 왔고,

그리고 한 동네서 우르르 온 찬희 윤상 현수 우준 준서 동희 정훈 호연,

부산대표로 온 현욱,

일곱 살 동생 율을 데려온 다은,

대학동기 부모님들이 같이 보낸 윤서 율리 승민.

익으며 익은 대로 새로움은 새로움대로

아이들 얼굴 보는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져버리는...

아, 또 어떤 계자가 될는지요...


‘... 내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꼬에 들어오던 첫째 날, 선생님들은 이런 마음으로 우릴 지켜 봤겠구나’(새끼일꾼 훈정)

‘... 처음 새끼일꾼이고 지금까지는 어른공부방과 교무실의 자유 출입? 으로만 그걸 느꼈는데 이제는 정말 전보다는 다른 계자를 보낼 것 같아서 많이 두근거렸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무거운 캐리어 바퀴를 걸레로 휙휙 돌리면서 별 생각이 없어졌다. 역시 몸을 열심히 쓰면 머리가 좀 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새끼일꾼 자누)

‘... 옥샘과 정문에서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억양으로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곳이 참 좋은 곳이구나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민우샘)

‘... 나도 기억되는 샘이라는 자부심이...’(윤지샘)


‘안내모임’.

여기서 지내는 법들,

혹 빠진 게 있으면 왔던 아이들이 챙겨주어 채웠지요.

“그것도 말씀하셔야지요...”

“교무실 곳간 이야기 안 하셨는데요...”


지금 점심을 먹은 아이들이 모둠방에서 둥글게 모여앉아 수건도 돌리고

(여원이가 부르는 ‘네잎클로버’ 소리도 건너오는군요.),

책방에서 책을 보거나 알까기를 하거나 체스를 두거나

(빠른 속도로 친해지는 아이들이 놀랍다던 민우샘),

혹은 마당에서 공을 차거나 해먹을 타거나 연못을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진돗개 장순이 앞을 오락거리고 있습니다.


‘큰모임’.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겠는 것과 할 수 없겠는 것,

정말 하고픈 것과 버릴 수 있는 것,

해야만 할 것과 아니 해도 괜찮을 것,

아이들은 그런 조율을 그친 뒤 속틀을 결정했지요.

다음은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이 여름 자기 글집 만들기.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이 시간 기표샘과 갈음샘과 새끼일꾼 가온이와 도영이는

물꼬 수영장 가는 길 풀들을 다 수습하고 있었지요.

(오후엔 운동장에 아직 덜 벤 풀도 예취기로 돌린 기표샘!)


‘두멧길’.

비 흩뿌리다 우리 나간다고 또 개어준 비.

학교를 나가 산마을 고샅길과 계곡길, 두멧길을 걸으며

서로 다 말을 섞는 시간.

우리 율리 걸어가며 샘들한테 물었다는데,

“학교는 왜 가요?”

다들 무어라들 답했을지요.

“현욱이는 딱 부산 남자 같은... 시크한 척, 유치한 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참 놀기 좋아하고 겁도 많고 활달한 친구인거 같애요.”

민우샘처럼 샘들이 아이들을 서둘러 들여다볼 수도 있는 산책.

건호는 수현샘이랑 같이 걷고 있었습니다.

“쌤, 썸 타봤어요?”

“응, 너는?”

“타봤죠.”

“그런데, 썸이 뭐야?”

“그... 중간?”

“그럼, 너 율리랑 썸 타고 싶어? 어때?”

“에이, 그런 건 또래랑 해야죠, 율리는 어려서 안돼요.”

(참고: 율리 여덟 살, 건호 열 살임.)

또 묻더랍니다,

쌤은 제일 좋았던 나이가 언제냐고.

“대학 붙고 난 고 3!”

“샘, 대학만 간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너는 10년 중에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야?”

“비밀예요.”

건호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너, 아직도 혜준이랑 결혼하고 싶어?”

일곱 살 때 여덟 살 혜준이랑 나중에 결혼하고 싶다 그랬거든요.

“만나야 뭘 하든지 하죠.”

음, 못 만났구나, 하하.


‘한데모임’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곧 천둥번개 그리고 장대비.

율이가 깜짝 놀라 울었습니다.

안아주니 금세 달래진.

그나저나 세상에! 이다지도 기막힌 날씨라니요.

기다렸듯 억수비 내렸더랍니다.

잠시 교무실 들렀더니

창대비 내리는 서울에서 걱정들이 날아들고 있었지요.

별일 없냐 안전하냐 물으시는 것.

아무 일 없다,

다만 애들이 좀 목소리 높고, 좀 많이 웃고, 좀 많이 먹는다 전했지요.

“내가 집에 전화해 줄게, 밥 좀 멕이시라고.”

산사태가 걱정되는 곳도 아니랍니다.

산마을 가운데 학교가 있지요.

교사(校舍)도 오래 되었긴 하나 단층이라

혹여 우려하시는 일이 생기더라도 탈출이 어렵지 않은 구조랍니다.

아이들은 저희가 함께 있을 터이니

아이들이 비운 집을 잘 지켜달라, 그 시간을 즐기시라고도 했지요.


‘... 동요와 민요를 부르는 프로그램도 참 깨끗하고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민우샘)

노래가 무르익고,

손말을 익히고,

첫날을 돌아보고, 그리고 의논하고 알리는 시간,

신라의 화백제도를 재현하는,

단순한 거수의 만장일치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정에 이르는.

서로에게 하고픈 말도 하고.

다은이는 동생 율이를 끔찍이 챙깁니다.

“다은아, 율이는 샘들이 챙길게. 너는 너의 삶을 살어.”

‘... 한데모임시간에 옥샘의 마법 같은 진행이 참 놀라웠다. 여러모로 정말 대단하신 교육자라고 느꼈다.’

민우샘은 하루 정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는데,

민우샘아, 나이 스물둘에 시작한 일이여, 그만큼도 못하면야...

헤헤, 그래도 기분 좋으니 이리 옮겨놓기로.


승민이가 저녁 먹고 토한 일도 있었습니다.

먹고 바로 너무 뛰어.

동희는 열이 좀 나는군요.

고단함에서 오는 듯했습니다.

지켜보기로.

이곳에서 병을 대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아프다면 대개 뭔가 불편함이 생겼거나 집이 그립거나.

그 마음을 좀 풀면 당연히 아픔도 같이 사라지는 거지요.

다음은 정말 탈이 난 경우인데,

이때도 약에 기대지 않고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냇물의 자정력처럼 말이지요.

다음엔 우리 몸이 자연에서 왔으니 문제를 해결할 것 역시 그 안에 있으리라,

그래서 우리 둘레의 풀과 나무 혹은 음식 재료로 약을 만들어 먹습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약 혹은 병원을 찾는단 말이지요.

물론 피 철철 흘릴 때야 병원 달려가다마다요.


‘대동놀이’.

고래방을 건너가 맘껏 뛰고 싶은 아이들,

그런데 억수비 내리는 바깥.

“오늘은 소동놀이라고 해볼까? 앞으로 우리 날도 많으니...”

아이들과 놀거리를 나눌 사람들을 찾으니

여원이도 손들고 유진이도 들고 그리고 지연샘도.

지연샘이 놀이를 나누기로 합니다.

다른 건 또 다른 날에.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안으로 들어오더니

어느새 애고 어른이고 땀내 넘치고 또 넘치도록 놀았지요.

역시 탁월했던 한 순간!

물꼬의 즉흥성, 최선을 끌어내는 적절한 조직성 말입니다.

아이들 정말 잘 놉디다, 놀잇감도 없이.

놀아야지요. 왜 놀아야 하는지를 어찌 다 열거할지.

아이들에겐 ‘놀이’가 모든 것!


‘모둠 하루재기’ 뒤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책을 들으며 잠자리.

그리고 샘들 하루재기.

“태어나 처음으로 자식에 대한 욕망이 생겼어요.”

이쁜 율리를 두고 새끼일꾼 가온형님 우스개로 문을 열었군요.

온전히 아이들을 얘기하는 자리.

우리 가온 형님은 새끼일꾼 대표답게(요새 가온 형님 부름새는 ‘물꼬의 떠오르는 샛별’)

물꼬의 흐름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 새끼일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서의 새끼일꾼 참여도가 좀 걱정이 되었다.’(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아이들이 이곳에서 ‘우리;이고 있는 거지요,

다른 학교가 아니라 우리 학교.

같이 상황을 걱정하는.

옛적 이곳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이들이 해체를 결정했을 때

그리하여 더 이상 계자도 못하겠다 싶었을 때,

이곳에서 초등을 경험하고 새끼일꾼을 거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이곳의 일정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눈물 차오르던 감동!

“가온아, 그때가 되면 그때의 당면한 일을 하면 되리.

 할 만하면 할 것이고 또 못 할 것 같으면 못 하는 게지.

 그나저나 내일 일을 어찌 알겠느뇨... 여튼 고마우이.”


새끼일꾼들이 교사와 아이로 맺는 관계에 대한 어려움 토로하자,

계자 아이들과 나이차도 별 없으니,

기표샘은 이리 조언합니다,

교사와 아이로가 아니라 너는 너, 나는 나의 관계로 보라고.

그래요, 우리는 교사 이전 한 사람인 것.

그렇게 존재와 존재로 만날 것.

맞겠습니다.


전체 흐름에 대해서, 물꼬의 인상에 대해서 단상들을 가벼이 꺼내도 놓지요.

오래 있었던 이들은 이들대로, 첫걸음한 이들은 그들대로.

‘... 처음 물꼬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은 자유분방하다, 왁자지껄하다, 모두가 제각기 자기 일을 하고 있구나였다. 그리고 하루를 지내본 오늘 하루뿐임에도 많은 것을 느꼈다. 자유롭게 지내는 일주일이지만 그 속엔 남들에 대한 배려와 나를 돌아보는 행동과 스스로 해내는 자세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깊이 와닿았다.’(휘향샘)

‘... 윤호, 건호가 생각보다 내 말을 잘 들어서 감동적이었다.

교원대쌤들이 아이들을 볼 때의 눈빛이 감동적이었다.

새끼일꾼들의 자발성이 감동적이었다.

어제 가마솥방 청소 때 갈음쌤의 걸레질이 감동적이었다.

입으로는 불평만하면서 일은 참 열심히 하는 진성이가 감동적이었다.’(수현샘)

‘... 일정 중간중간의 텀이 긴 게 참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민우샘)

‘... 어제 이곳에 도착해서 학교소개를 들을 때만 해도 여긴 뭐하는 데지? 여기가 학교라고? 하는 의심이 가득했고 날을 세웠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무언가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왔던 대안교욱이 한국식, 친환경식으로 펼쳐지는 것 같았다.’(지연샘)

‘계자의 모습 또한 신선하고 좋았다. 9학년 친구를 예를 들면, 밖에서(집, 학교 등)는 그냥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계자를 진행하면서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 하려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 또한 오래된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정리정돈이 무척 잘 되어있고, 품앗이 새끼일꾼들이 착착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남은 4박 5일간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싶다.’(갈음샘)

‘아이들이 모두 다 착하고 밝아요.

이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힘이 든단 생각보다 웃음이 먼저 납니다.

쌤으로서 서툴고 부족한 저를 잘 따라주는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물꼬가 이뤄지는 것은 역시 쌤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배우고 가겠습니다.

물꼬에 필요한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새끼일꾼 도영)


야삼경, 달골에서 이불을 내려야했습니다.

아이들이 적어 학교에 있는 것으로 되려니 했다가

날이 좀 선선하니 여러 겹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하여 얼마 전 6월 빈들에 올려둔 창고동의 이불을 내리기로.

그런데요, 그쳐준 비!

그리고 들어오자 비 다시 내리는.

물꼬에서 늘 일어나는 이 신비함을 무엇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지요.


이곳에서는 누구도 임금구조에 있지 않습니다.

밥바라지도 돈을 주고 사람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기운 안에 있는데 어찌 아이들이 안 좋을 수가 있을지요.

어마어마하게 밥이 맛있다는 아이들.

아무렴요, 그리 움직이는데.

그런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맛났지요.

괜히 아들 셋이 아닌 게지요.

설렁설렁하시는 듯한데도.

그리고 처음으로 부엌에서 뒷배가 되어본 휘령샘,

드디어 김치를 버물러도 보고.

“저희 엄마가 기뻐하실 듯.”

저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한 사람의 세계가 넓혀지는 것에 박수를.


계자는 단순히 아이들만의 계자가 아닙니다.

동시에 청소년들의 계자가, 어른들의 계자가 돌아가는 셈.

모이다보면 어른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감정의 결도

현을 고르듯 만져야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 바깥의 강의를 가서 교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꼭 ‘선하고 순함’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 결이 아이들에게도 이르고 그래서 세상의 결이 더 순순해지고 선선해졌으면 싶다고.

오늘 거기에 하나를 더했습니다.

교사의 무던함.

감정을 좀 지켜보고,

자기가 서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하게 갈지니,

시간에 기대고 관계를 믿읍시다, 하는.

연애 또한 그렇지 않겠는지요.

젊은이들이 모이다보니 이런 비유에 가장 쫑긋해지는?


저녁 6시 52분, 수퍼문 뜬다 하였는데,

그래서 찾는 데가 많았던가,

달은 이 동네까지 못 왔습니다, 바쁘셨던가.

11일부터 13일까지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진다는데,

볼 수 있었으면, 있기를.


그리고, 아, 물꼬의 빛나는 우리 새끼일꾼들!

그들은 오늘 종일 비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디다.

이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찌 마음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놀고 사랑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연대하는,

선한 이들이 만드는 정토 혹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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