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지내면 흰머리도 검어진다,

오늘의 글 제목은 이쯤이지 않을지요.

제가 흰머리가 많습니다.

낼모레 육십, 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쩌다 거울을 볼라치면 그 많았던 흰머리가

아, 글쎄, 오늘 아이들과 거울 앞에 있는데 거의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물론 들추면야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 훑어보기에.

아이들이랑 지내는 일이 그런 게 아닐는지.

이 아이들 보내놓고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요.

곶감 빼먹듯 혹은 맛나게 발라먹은 게살처럼

이 예쁜 것들이랑 여기서 보내고 있어서

문득 부모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인 아침.

보고 싶으시지요...

 

글월이 하나 닿았습니다,

언제나 물꼬를 그리워하고 있는, 으로 시작하는.

일곱 살에 물꼬를 밟고 스물둘에 이른, 군대 가 있는 친구입니다.

‘계자 중이라 바쁘셔서 글을 보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른이 바쁜 만큼 아이들이 즐겁고 아이들이 즐거워야 어른이 즐거운 게 또 물꼬니까요.

... 물꼬 안간지가 오래 돼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물꼬에선 요새를 죽 읽어봐도 참 같은 것도 같고 다른 것도 같은 게 아리송합니다.

... 옥샘, 건강하시고 이번 계자도 다음 계자도 꼭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빌겠습니다.

그래야 또 나중에 제 여자 친구도 데려가고 제 자식들도 물꼬 보내죠!

제가 다른 건 물려줄게 없어도

물꼬에 대한 기억만은 꼭 자식한테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옥샘이 말씀하셨듯 저를 사람 만든 곳이기도 하니까요.

옥샘, 사랑합니다!’

계자에 닿는 기운이란 게 하늘과 별과 바람 말고도,

우리 부모님들 말고도,

이렇게 곳곳에서 이즈음을 기억하고 좋은 기운을 보태는.

“오야, 태우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지금 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우리 아이들도

저런 세월을 동행할 수 있기를.

 

대배백배로 샘들이 먼저 아침을 엽니다,

그 정도도 아니하고 아이들을 맞겠느냐고.

땀 뻘뻘 흘리는 통에 가운데 화장지를 두고 하는 절을

지나다 아이들이 보고서는

물꼬는 화장지 신을 모시는 곳이라 했다던가요.

몸이 세 배는 무거워진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데서 오는 근육통도 있지만,

대배는 고통스러웠으나 무언가를 끝마쳤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아침을 깨워본 적이 없었다,

하다 보니 운동도 되지만 너무나 좋은 명상이 된다고들.

밥바라지 뒷배 노릇 중인 휘령샘,

‘눈떠지는 내가 신기하다. 책임감이란 이런 것, 너무 긴 기간은 못하겠다...

(밥바라지 엄마가) 많이 웃어주시고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 선생님 덕분에 요리도 배우고, 덜 힘들게 요리하고 지켜봐주신다는 느낌도 받음. 정말 감사감사’(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요리는 대부분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드는구나 처음 생각했다지요.

초등 특수교사인 샘,

이런 일상의 총체적 훈련을 우리가 어디서 또 할 기회가 있겠는지.

자유보다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어느 노작가의 말을 생각합니다.

 

해건지기.

고래방을 들어서는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조용히 눈을 한 번 맞추고는 조심스럽게 깔개로 가서

단정한 자세로 앉지요.

“선우야, 머리 어때?”

“동희, 자네는 이제 안 아프나?”

어제부터 머리가 아팠던 동희도 선우도 괜찮다는.

몸이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새끼일꾼 가온이의 눈이, 윤지샘의 발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네요.

(“얘들아, 내 깊은 걱정이 뭐라고?”

“샘들요!”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은 백 명을 모아놓아도 하나도 힘이 아니 드는데,

이눔의(헤헤) 어른들이란...

사실 이 말은 어른들이 남의 말 참말 안 들어준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

우리 샘들이 그렇다는 말 아닌.)

셋째마당은 춤으로.

요가하고 명상한 다음.

윤지샘과 연규샘이 진행했지요. 음향은 갈음샘.

‘옥샘과 율리가 제일 열심히 따라해 주셔서 고마웠다. 옥샘의 밝아보이고, 천진난만해 보이셔서 귀여우셨다.’(윤지샘)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건 자신도 즐겁고 타인도 기쁘게 하는 일일지니.

안 할 듯하던, 투덜이 스머프 같이 궁시렁대면서도 결국 몸을 흔드는 사내아이들.

 

갈음샘은 곧 어제 찢어진 해먹을 새 걸로 바꾸러 갔지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안전요원’쪽에 가깝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그리고 기표샘은 남자샘들 하나씩과 아침마다 아이들 뒷간의 똥통을 비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름장으로 보내져 발효가 될 것이지요.

어디 가서 이 시대 이런 경험을 또 하고 있겠는지,

아이들 일이 아니라면 할 수나 있겠는 일인지.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가마솥방 공사로 밥상머리공연무대가 사라지고 아직 갖추지 못해

이번 여름은 아쉽게 가나 했더니

전통이 무섭습니다.

했지요.; ‘갈음과 세 여자’

갈음샘의 기타연주와 수현샘 윤지샘 연규샘의 노래.

‘두 번째로 한 공연인데 어디서나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이라 항상 색다르다. 95라인, 갈음샘과 함께 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윤지샘)

모두를 따뜻하게 만든 아침이었지요.

누구나 즐기고 향유하는 것으로의 예술.

이래서 밥상머리공연을 하는!

 

‘손풀기’.

일종의 명상이고 손 훈련이지만,

한편 그림은 아이들을 읽는 기재로도 좋은 도구가 됩니다.

절대적일 순 없겠지만 일정 정도.

저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많이 눌려있는 듯하네,

저이는 친구 관계에서 많이 위축되나 봐,

저이는 불안정하구나,

저 친구는 마음이 많이 다쳤나 보네,...

그러면 뭔가 해줄 만한 일을 찾아도 보게 되고.

여기서 잠깐이라도.

오늘, 누군가 우준이 형아 그림 잘 그린다 하자

우준이는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준서는 일찌감치 선 잡아놓고 거기 글을 써나가기도.

먼저 그린 이들은 다른 그림을 그려놓기도.

다은이는 민우샘을 그려주고 있네요.

 

‘열린교실 2’.

이번 계자는 폐강 속출이군요; ‘노래방’ ‘춤방’ ‘단추랑’

열린교실을 신청 받고 복도를 걸어오다

고개를 젖히고 외쳤습니다.

"아, 행복해!"

그렇네요, 우리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우리 아이들도 염화미소이길.

 

통합교실이 또 등장했습니다; ‘실이랑’과 ‘한땀두땀’. ‘실방’쯤 되겠지요.

같이 실과 바늘을 쓰니 그리 되었다네요.

실이랑에는 유지와 다은, 한땀두땀엔 여원 율리 윤서.

어리고 여린 율이랑 윤서는 작은 손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휘향샘이랑 인형을 완성해내었지요.

처음 선택했던 흐물거리는 천을 부직포로 바꾸니 좀 수월해진.

안에 솜도 넣고 바느질 끝낸 뒤 단추도 붙여 꾸며보기도.

바느질을 끝내고 내내 들고 다니는 율리랍니다.

여원은 어제 잃어버린 인형을 다시 만든 것인데,

열린교실이 끝나고도 실과 가위 달래서 결국 마무리를 해낸!

유지와 다은이는 항상 성실했던 그 모습대로 끝까지 매듭을 완성했고,

샘들은 치질방석을 만들었더라나요.

 

‘곤충방’: 호연 선우 승민 승욱 정훈

달골 계곡 가는 길 따라 곤충 만나러 떠나기.

희정샘 왈, 오늘 곤충방 친구들은 에이스였다고.

호연이는 형 값을 해주었고,

늘 시큰둥하게 모든 것에 재미없다(실컷 잘 놀고서도 청개구리처럼) 말하는 승욱이조차

이 시간만큼은 재밌다고 글집에 썼더랍니다.

새끼일꾼 진성이가 정말 아이들을 많이 생각해주고 있었다는 전언.

열린교실의 성과물들을 뽐내는 ‘펼쳐보이기’에서

이네들이 잠시 데리고 온 잠자리를 보고 승민이가 “별로 안 예쁘네.”하니

애들도 아니고 교사급인 새끼일꾼 진성이 진지하게 “너는 안 잡았잖아!” 쏘아주는,

그런 애기 같은 우리 진성 형님 말이지요.

멀대 같이 크고 순순한,

저 천지를 모르는 거 싶다가도 같이 웃게 되는.

“교사가 모두 잘, 또 같은 질감일 필요는 없지 않을지요.

다양함이 풍성함이 있지 않겠는지요.

그게 아이들에게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물꼬의 이 너른 나이대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참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새삼 드는 거지요.”

진성형님은 승욱 율 건호의 전담마크도 되고 있습니다.

몸으로 아이들의 힘을 빼주는 게 새끼일꾼 최고의 역할!

 

‘뚝딱뚝딱’; 태우 율 현수 찬희 준서 현욱 동희 우준 윤상

오늘은 쓱싹쓱싹으로 이름을 바꾸었더라나요.

사포질이었거든요.

가마솥방 새 의자의 날카로운 부분을 사포로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

도영형님도 ‘노래방이 또 폐강되어서 뚝딱뚝딱에 캐스팅되었다’는.

그런데, 우리 기표샘, 이런 일을 아이들이 즐겁도록 해내는 것 보면

오랜 세월의 물꼬 날들이 그저 보낸 게 아니란 생각 듭니다.

 

‘다좋다’.; 유진 세린 규민 윤호 건호

열린교실 가운데 원하는 것이 없는 아이들이 꾸리는.

때로 타인을 위한 삶 살기를 주제로 잡아 물꼬에 혹은 계자에 손발 보태기도 하고

뭐 가치에 방점을 찍거나 재미에 방점을 찍거나

모인 아이들과 샘들이 의논하여 여는 교실.

오늘은 그 의논에만 30여 분을 보냈다 합니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공부였을.

‘30분 동안의 그 사투는 진짜 앉아서 입만 열고 머리만 썼는데 진짜 진이 빠지게 만들었다...진짜 학생?으로 올 때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했던 열린교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전투적인 느낌도 들었다. 쌤들이 많이 고생하셨구나... 싶고 다음번에는 목표가 뚜렷한 교실로 들어가고 싶다.’(새끼일꾼 자누)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다니는데 처음엔 다들 투덜거리는 모습이다가도 다시 찍으러 가면 완전 푹 빠져서는 즐겁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실제로 보는 것을 그 순간의 느낌을 감정을 담을 수 없는 게 참 아쉽기도 했다.’(윤지샘)

 

펼쳐보이기, 그러니까 열린교실에서 했던 것들을 보여주며

한껏 뽐내고 칭찬하고 나누고.

 

‘구들더께’.

전체 일정의 절반이 되는 지점에서.

대놓기 쉬어주기.

샘들도 눈 붙이기.

대개 샘들은 그리 쓰고, 아이들은 변함없이 놀겠지요.

수건돌리기에서부터 실로 놀고 책과 놀고 바둑알과 체스와...

아이들이 외려 샘들 이불을 덮어주는.

그리고 조용히 빠져나가 멀찍이서 노는.

 

‘우리가락’.

“야, 우리 꼭 이 시간에 여기서 이거 해야 해?”

서쪽으로 향한 해를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고 있는 고래방의 오후.

그래도 즐거움이면 까짓 이 정도 더위쯤이야.

아무리 몸에 붙였던 것일지라도 오래하지 않으면 낯섦이 있지요.

최근 계자들에서 풍물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춤명상도 한동안 부지런히 하지 않았군요.

이번에는 할 수 있으려나.)

하여 미리 30여 분 두들겨봤다지요.

아이들이 들어왔고,

판소리를 몇 대목 들려주고, 같이 민요도 한 가락.

아, 이 신명, 신명이라니.

“여러분은 오늘 단 20분을 배우고 공연을 하는 기적을 볼 것입니다.”

말로, 눈으로, 손으로, 그리고 악기를 안고.

신기하게 입과 손으로 익혀놓으면, 악기를 안는 순간 자동이 되는 거지요.

밖에서 처음 들어오는 샘들은 우리들의 이 수업을 신기해합니다.

그 짧은 시간 익히는 아이들이 놀랍고,

타악기라 이리저리 만지는 소리 들릴 만도 한데,

그래서 진행자 목소리가 높아질 만도 한데

낮은 음조로 목소리가 전달되고 있음에 입이 벌어집니다.

진행자가 말하는 순간, 모든 움직임은 얼음.

심지어 공연도중 몇 가지 동작만으로

북이 멈추고 쇠가 쉬고 장구만 따그닥거리기도 하고,

그렇게 소리가 한쪽에서 들어오고 저쪽에서 나가고 모두 같이 모이고,

그것을 지휘처럼 손동작 몇에 다 하고 있더란 말이지요.

정말 공연, 공연이었습니다, 멋진.

마치 너른 공원으로 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품위 있게 절을 하고 공연하고 다시 절하는 것 같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공연을 마쳤지요.

그리고 진한 느꺼움으로 서로에게, 자신에게 손뼉을 쳤더랬답니다.

‘우리가락을 하는데 오랜만이라 정말 신이나 있었는데, 아이들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윤지샘)

‘앞에 애들이 되게 장구를 잘 치더라. 손도 옆으로 휙휙 넘어가고.’(자누 형님)

그래도 덥고 졸음에 겨울 시간이라 그 와중에도 꾸벅꾸벅 조는 아이도 있고,

치느라 힘들어 표정이 굳은 아이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개는 어깨춤 절로 일던.

두어 해 만에 아이들과 우리가락하며(판소리와 풍물) 뜨거운 시간을 보내 느꺼웠던,

고래방을 나오면서도 외쳤습니다, “아, 행복해!”

 

“여러분들을 위해 계곡을 가져다 놓겠습니다, 운동장에.”

밖으로 나와 낮에 하는 대동놀이 한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땀 흠뻑 젖은 김에 물에 뛰어들자 했지요.

그렇게 마당에서 나를 벗에게 보냈더랍니다.

축제, 축제!

그리고 또 외치는 거지요, "아, 행복해!",

아이들이 있는 겁니다, 지금, 여기, 함께.

마침 밥바라지엄마와 뒷배샘이

밭에서 갓 따온 옥수수를 삶아 평상에 내주셨지요.

‘옥샘과 함께 큰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장구를 치며 모두가 함께 흥이 나서 좋았다. 우리가락이 끝나고 밖에서 릴레이달리기를 하여 물뿌리기놀이를 했는데 모두들 열심히 달리며 물을 뿌리고 흠뻑 젖어 재밌었다. 신나게 풍물놀이를 하고 물놀이를 하고 옥수수까지 먹으니 더 맛있었다.’(휘향샘)

 

희중샘이 들어왔습니다.

2007년부터 한 번도 계자를 빠져본 적이 없는 그입니다.

하여 물꼬 생활 질감을 따지자면 십년도 한참 넘어 될.

직장생활을 한 뒤엔 적어도 산오름엔 어떻게든 와서 안전을 지켜주는 그.

‘이렇게 물꼬가 낯설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보통 물꼬를 다녀간 아이들의 비중이 많아 나로서는 신선함보단 반가움(?)으로 계자를 시작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번 계자는 신선함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계자 중간에 투입된 거라 더욱 그랬다.’

산오름의 과정에서 큰 축이었던 그이므로 일단 존재만으로 안심이 되는,

처음엔 산을 지독하게 못 탔던 그였는데 반복이 무섭지요,

그 기둥 위에 우리가 집을 짓는 것만 같은.

그는 그러합니다.

 

‘한데모임’.

숱한 노래와 손말과 나눔과 의논과 알림.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찾아가는,

그리고 마음을 터는 우리들의 화백제도 현장.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한 표씩을 갖는 자리.

24시간을 함께 여러 날 보내보다 보면

뭐 이러저러 여러 모습들이 드러난단 말이지요.

자기가 무엇에 걸리는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날로 드러나는.

마음이 어디 아이들에게만 있나요,

어른들도 드나드는 마음들이 참 여러 가지.

샘들도 더러 아이들로부터 상처받는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윤호가, 자원봉사 왔으면 당연한 거 아니냐, 이런 식의 말을 여러 차례 했지요.

그는 아프게 찌른 게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다르게 말할 수도 있잖겠는지.

자신을 위해서도 순순하게 말할 수 있는 걸 배운다면 좋을 일.

우리 윤호는 바로 알아듣고 말을 바꿀 줄도 아는 아이.

이곳에 모이는 아이들이 대개 그런.

 

‘소동놀이’,

이제 고래방 가서 하면 대동놀이, 모둠방에서 하면 소동놀이로 불리는.

베개싸움.

아니, 말입니다, 도대체 재미가 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여기.

오늘은 법석 한가운데라 호루라기를 썼습니다,

다른 때라면 쇠, 그러니까 꽹과리를 썼을 것을.

고래방까지 건너가지 않고 교무실에서 챙겨오자니 말이지요.

가까이 고교 은사님이 퇴임을 앞두고 계십니다.

선생님 첫 부임지가 제가 다닌 고교였지요.

당신 썼던 호루라기를 어느 날 주신 것입니다.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그리고 내려갈,

이런 것도 사람살이의 따뜻함이려니.

 

그리고, 이번 계자 최고의 유행어는 ‘자누국수’.

보글보글방에서 시작됐던, 자누 형님이 들어갔던 국수집 간판.

이야기꾼 현수가 만화로 바꿔 읽고, 아이들이 억양을 넣어서 말하기도 하고...

사내아이들의 아주 흥미로운 놀이가 되고 있답니다.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에게 하는 반응이,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다 최선의 반응은 아닐 수도.

어떤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하고

민감할 필요가 있는 것은 예민하게 받아주고.

이것도 결국 균형에 대한 이야기이겠군요.

아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이 좀 지나자

이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삐죽 나옵니다.

약한 의지에 대해, 속좁음에 대해, 자신에게 실망하고 관계에 예민하고...

여자들이 심하지요,

그래서 가끔 여자들의 그 복잡함이 싫어 여자들과 잘 안 놀고 싶다니까요, 하하,

물론 개인차 엄청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자신들이 드러나고

그 맨얼굴의 자신 앞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사유하노니.

새끼일꾼의 축 가온형님

‘계자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아쉽고 후회스러운 마음만 들었다. 이제는 내가 너무 그런 것에 얽매여서 혼자만 어두운 게 아닌가 싶었다. 항상 그랬듯이 남은 시간을 더 즐기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싶다. 끝은 정말로 끝이 아니니까.’

안타까운 사랑 같은.

물꼬를 아끼는 우리들은 그러합니다.

하지만, 끝이 끝은 아니지요.

우리는 다음 계자에 혹은 어느 때 물꼬에서 또 만날 것,

물꼬가 여기 있는 한은.

 

야삼경이 지나고 하루재기가 끝난 샘들은 밤참을 먹고 산책을 다녀옵니다.

혹여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볼 수 있으려나요.

하지만 희멀건 달, 뿌연 하늘.

 

아이들은 걱정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생기로 뻗쳐오를지니.

정작 어른들이 걱정일지도.

댁에서들은 안녕하시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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