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19.불날. 비

조회 수 686 추천 수 0 2014.09.20 20:33:05

 

사흘째 비.

계자로 비워두었던 달골 입주.

계자가 끝나고도 교무실을 바로 떠나지 못했더랬답니다.

누리집에 문제가 생기고

그걸 해결하느라고 이틀밤을 보냈던 터.

 

닭사료도 들여오고,

달골 망가진 청소기도 병원 보내고,

안에서 고칠 수 없는 옷가지들 수선도 하고,

가마솥방 장을 수리할 부품을 찾아 돌아다니고(아직 구하지 못한),

그리고 황간의 광평농장을 들립니다.

사과를 나눠주셨던 컨테이너도 돌려드리고

만들었던 사과잼도 나눠드리고.

그리고 받지 않으시는 배추 종자값과 상토값을 놓고 오지요.

올해도 조정환샘과 정현옥샘이

배추를 같이 키워주기로 하셨습니다.

고숩던 물꼬 김치가 그 까닭이었던 겝니다.

 

그리고 한밤, 멀리서 손님 한 분 오십니다.

휴가를 떠나며 물꼬를 들리기로 하셨지요.

그나저나 내일부터 생태기행이 나흘 잡혀있는데,

교무실 일이 덜 끝나 길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요.

 

휘령샘의 평가글이 닿습니다.

늘 바로바로 하는 그이지요.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지내며 건넨 말들을 오래 곰삭이고

그 생각들을 담아 되보내오고는 합니다.

‘옥샘, 옥샘께서 모두를 품어보라 말씀하셨을 때,

저는 평소처럼...’

생각이란 늘 생각해오던 길로 가기가 얼마나 쉽던가요.

‘내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방법’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음’이 그러했어야 했는데, 저는 늘 이렇게 많이 지나야 그래야 했구나 해요.

그런데요,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모두를 안아주며 인사를 할 때

‘마음으로 모두를 품는다’는 것이 이런 건가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옥샘이 저를 안아주실 때,

부족한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하는 느낌하고, 여러 가지가 더해져서 눈물이 나면서였고

그리고 나서, 옥샘의 그 맘을 전하듯 다른 샘들을 안으며 인사할 때

저도 모르게 격려하고, 따뜻한 말을 전하는 제가 거기에 있더라고요.’

집에서도 부엌일에 손을 대본 경험이 별 없는 제도학교 교사인 그가

이번 계자에서 아주 큰일에 도전했지요; 밥바라지 뒷배.

‘부엌은 정말 엄마 같은 곳 같아요.

이 경험을 자주 기억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살아가는 이곳에서도 모두를 품을 수 있는 품을 자꾸 늘려볼게요.

더 넓은 품으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서 다시 물꼬에 갈게요.

옥샘, 이번에 밥바라지로 있을 수 있어 좋았어요. 저를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여기에서 다시 힘을 보탤 수 있는 삶을 살아내고 물꼬에 갈게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옥샘!’

그래, 그래, 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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