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21.나무날. 비

조회 수 685 추천 수 0 2014.09.20 20:44:08

 

닷새째 비.

비 때문에 묶인 발도 아닌데

마치 비에 갇힌 것 같은.

생태기행이 나흘 진행되고 있고

오늘이 그 이틀째.

그러나 아직 길을 나서지 못하고

교무실에서 계자 후속작업들.

내일 이른 아침에는 가리라 합니다.

 

계자는 초등 아이들을 돌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여러 계층에서 각자가 가진 짐을 부려놓고 가는 자리이기도.

그래서 초등 대상의 계자는 그저 초등 계자가 아니라

청소년 계자이고 어른 계자이고 자기 수행이고 집단상담이고...

계자에 합류하지 못하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두려움과 싸우는 한 아이의 메일을 받습니다.

아비를 잃고 세월호를 겪으며 또 그리 누군가를 잃을까 겁이 난 아이는,

아이라지만 이미 대학생인,

사귀는 이도 그리 잃을까 두렵습니다.

두려움...

누구라도 앓고 있을 테지요, 다만 그 강도가 다를 것.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두려움이라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들 하시는지.

누구는 가벼움을 확보하는 게 방법이라 했습니다.

그치요, 모든 것은 떠납니다.

나도 가고 너도 갈 것이지요.

그걸 알고 있으면, 알아차리고 있으면 좀 낫지 않을지.

지금 가진 것은 잠시 내 곁에 있는 것이므로,

그래서, 그러므로 지금에 집중할 것, 지금 사랑할 것!

언젠가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지금 앞에 있는 풍광에, 지금 앞에 있는 사람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겠는지.

떠나는 건 잃는 게 아니라 원래 상태로 다만 돌아가는 것.

내게 오래 머물면 그럴 수 없이 좋겠지만

떠난다 해도 손 흔들며 ‘잘 가’ 하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4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201
6553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200
6552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200
6551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196
6550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95
6549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189
6548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88
6547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88
6546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180
6545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176
6544 2011. 6. 1.물날. 비 / MBC 살맛나는세상 옥영경 2011-06-14 2173
6543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172
6542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170
6541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167
6540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156
6539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156
6538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145
6537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144
6536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44
6535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옥영경 2008-03-08 21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