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21.나무날. 비

조회 수 672 추천 수 0 2014.09.20 20:44:08

 

닷새째 비.

비 때문에 묶인 발도 아닌데

마치 비에 갇힌 것 같은.

생태기행이 나흘 진행되고 있고

오늘이 그 이틀째.

그러나 아직 길을 나서지 못하고

교무실에서 계자 후속작업들.

내일 이른 아침에는 가리라 합니다.

 

계자는 초등 아이들을 돌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여러 계층에서 각자가 가진 짐을 부려놓고 가는 자리이기도.

그래서 초등 대상의 계자는 그저 초등 계자가 아니라

청소년 계자이고 어른 계자이고 자기 수행이고 집단상담이고...

계자에 합류하지 못하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두려움과 싸우는 한 아이의 메일을 받습니다.

아비를 잃고 세월호를 겪으며 또 그리 누군가를 잃을까 겁이 난 아이는,

아이라지만 이미 대학생인,

사귀는 이도 그리 잃을까 두렵습니다.

두려움...

누구라도 앓고 있을 테지요, 다만 그 강도가 다를 것.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두려움이라 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들 하시는지.

누구는 가벼움을 확보하는 게 방법이라 했습니다.

그치요, 모든 것은 떠납니다.

나도 가고 너도 갈 것이지요.

그걸 알고 있으면, 알아차리고 있으면 좀 낫지 않을지.

지금 가진 것은 잠시 내 곁에 있는 것이므로,

그래서, 그러므로 지금에 집중할 것, 지금 사랑할 것!

언젠가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지금 앞에 있는 풍광에, 지금 앞에 있는 사람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겠는지.

떠나는 건 잃는 게 아니라 원래 상태로 다만 돌아가는 것.

내게 오래 머물면 그럴 수 없이 좋겠지만

떠난다 해도 손 흔들며 ‘잘 가’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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