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종류의 지성이 있다. 그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책이나 교사로부터 개념을 배우고 암기를 하면서 배우는 지성, 전통으로부터 또한 새로운 학문으로부터 배우는 지성이다. 그러한 지성의 힘으로 너는 세상에서 일어선다. 등급에서 남을 앞서기도 하고 남에게 뒤처지기도 한다. 그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에 따라, 그 지식의 장 안팎으로 드나들며, 네 안의 지식의 판에 더 많은 지식을 새긴다.

또 다른 종류의 지성이 있다. 네 안에 이미 완성되어 존재하는 지성, 샘에서 흘러넘치는 샘물 같은 지성. 그 신선함이 가슴 한가운데를 적신다. 이 지성은 시들지도 썩지도 않는다. 그것은 늘 흐른다. 그것은 주입식 학습의 경로를 통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번째 지성은 샘의 근원이다, 네 안에서 밖으로 흘러넘치는.

(잘랄 앗 딘 알 루미)

 

원주에서 '2014년 대안교육 담당교원 전문성 제고’ 교육부 연수가 있었습니다.

95년께 있었던 민간단체 모임 이후로

이런 장에 나간 것이 처음.

 

원주에 와 있다 하니

온 메일에서 들먹여지는 것들은

지학순 신부, 무위당 장일순, 김지하, 박경리, 치악산,

그리고 묵고 있는 인터불고(INTER-BURGO) 호텔 이야기;

스페인어로 ‘모두의 마음과 뜻을 함께하는 화목한 마을’이라는.

채식주의자라고 나흘 내내 밥상을 따로 차려주었습니다,

주최 측이 아니라 호텔 측에서.

그런 배려가 그 호텔을 다시 보게 하더군요.

고마웠습니다.

 

곳곳에서 애씁디다.

대안교육은 내연과 외연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물꼬가 처음 걷기 시작하던 그때로부터 한참 멀리 와 있더군요.

다시 또 어딘가로 흘러가겠지요.

그럴 때 또 대안이 의미 있는 것일 테고.

 

짧게 물꼬 이야기를 전하는 작은 자리도 있었습니다.

물꼬에서 산 질감을 잘 들어주는 이들 덕에 아이처럼 잠시 신이 나기도.

물꼬의 지난 시간에 귀기울여준 17모둠 샘들로 특히 기억될 연수일 듯.

 

아, 같이 방을 쓴 선생님이 물꼬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분이셨습니다.

저 변방 산골의 작은 학교를 기억하고 오랜 시간 살펴주셨다 들으니

고맙고 감사했지요.

늘 그런 사랑이 닿으니 이적지 걸어왔을 겝니다.

 

떠나오기 전 감동 하나.

한 예술학교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곳에서 다른 어떤 학교도 궁금치 않았다, 오직 그대의 학교가 궁금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 눈 있다,

당신의 자유로움이 당신 학교도 궁금하게 했다, 교류하자, 그런.

고맙습니다,

물꼬를 발견해주셔서.

 

그리고 김찬호 선생의 글 한 줄 옮겨봅니다.

 

존재의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일상을 기쁨의 에너지로 채우면서 인생의 항로를 담대하게 모색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핵심은 자아의 창조성이다. 삶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직시할 때, 그리고 내 생애의 멋진 시나리오를 자유롭게 상상할 때, 부질없는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진다. 부조리 가득하고 비정한 세상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한 창의성과 지혜를 발견하고 북돋는 관계를 세대를 가로질러 이뤄낸다면, 거기에서 교육의 새로운 텃밭을 가꿔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교육의 상상력은 그러한 비전을 그리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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