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29.쇠날. 맑음

조회 수 854 추천 수 0 2014.09.20 21:35:13

 

물꼬의 여름은 계속됩니다,

계자를 끝낸 이들의 후일담들,

그리고 학부모의 감사인사들.

‘그래도 나름 힘들었지만 잘 지내다 온 것 같아 감사인사를 뒤늦게 드리게 되었습니다.

...

천방지축인 아이들과 지내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가보고 싶네요.’

 

‘물꼬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참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었지만

그 보다도 저에게 많은 깨우침과 다짐들을 하게 만드는 단단한 시간들이었어요.

물꼬에서 일주일은 저의 작은 전환점이 되어 새로운 다짐들로 저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참 좋은 순간들이었어요!

평가글을 적다보니 오히려 제가 배운 것들을 느낀 것들을 쓰게 되더라고요.

물꼬는 그런 곳 같아요. 느끼게 되는 곳!

그 소중한 곳에 다시 가기 위해 지금 있는 곳에서 열심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을게요!

옥샘은 그곳에 항상 있어주세요! 다시 가겠습니다!

물꼬 홈페이지에도 계속 들리겠습니다.

옥샘! 건강하시고 항상 웃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휘향샘 글도 닿았습니다.

‘물꼬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저희 언니가 대학교 1, 2학년 때이니까 제가 17살쯤이었던 거 같아요. 대학에서 옥쌤을 알게 되어 물꼬에 다녀온 언니는 참 좋은 곳이라며 너도 꼭 가봤음 좋겠다고 그렇게 저에게 물꼬에 와볼 것을 진작부터 권했었어요. 저도 좋은 곳이겠지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동안 왜 그렇게 시간이 안 맞았는지 또 선뜻 용기를 내어 가려 하지 못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색하고 낯설었던 그 처음의 물꼬 모습, 시골 깊숙한 곳, 직접 보게 된 학교 간판, 넓은 운동장과 무성한 풀들,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마루 바닥, 그 속에 제 각기 움직이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

... 물꼬는 참 따뜻한 곳이에요. 옥쌤, 젊은 할아버지, 밥바라지엄마, 품앗이샘들, 새끼일꾼들 모두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모였다는 것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도 정말 예쁘고요. 이 곳 물꼬에서는 정말 자유롭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자유로워요. 밥을 먹는 것도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먹은 싶은 것을 퍼먹고 내가 본 것을 자유롭게 그리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유롭게 책을 보고 화장실에 가고 뛰어놀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별거 아닐 거라고 느낄지도 모를 이 자유가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이 말하는, 아이들이 느낀 물꼬는 바로 그런 아이들이 바라는 학교가 아닐까...

물꼬에서의 하루하루는 모두 새로웠어요. 매일하는 한데모임인데도 때건지기인데도 손풀기인데도 대동놀이인데도 모두가 새롭고 즐거워요. 모두가 한데모여 얼굴을 보며 자기이야기를 하고 정답게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새로운 사물을 그리며 또 다른 측면을 보기도하고 다 같이 뛰어놀며 응원하며 놀고.. 아니 그 시간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즐겁고 새롭고 좋을 수가 있을까요? 물꼬는 정말 신기한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제가 느낀 물꼬는 그랬어요.

이렇게 좋은 물꼬에 진작에 오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쉬우면서도 앞으로 계속 오게 될 거 같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 헤어지는 순간조차도 기억에 남네요. 충주로 가는 기차에서 언니와 물꼬에서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에 또 올 것이다, 물꼬는 참 좋은 곳이다 하며 다음에 또 다시 올 것을 기약했어요.

...

옥샘~! 제가 물꼬에 와서 어떤 쓰임이 되었는지 잘 하고 가는 것인지 하고 생각이 들었었는데 마지막 날 옥샘께서 안아주시며 잘 왔다! 얘기해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어요. 옥샘의 그 한 마디가 저에겐 그렇게 따뜻했어요. 옥샘! 또 가겠습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어주세요. 저도 이곳에서 저의 역할을 열심히 해내며 다시 물꼬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옥샘! 건강히 잘 지내세요!

 

이래서 저는 또 물꼬에서 떠날 수 없게 되는 겁니다요, 하하.

 

나흘의 교육부 연수를 끝내고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도 하나; 최치우 재즈 콰르텟

영화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기억합니다,

재즈 1세대들의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공연.

‘2007년 홍덕표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여름 드러머 최세진 선생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 전 트럼페터 강대관 선생의 은퇴 무대가 있었다.(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가운데서)

재즈칼럼니스트 남무성 감독에

등장인물은 모두 황혼기를 훌쩍 넘긴 노인들.

우연히 재즈를 알고 나서 그 매력에 빠져

연주비를 받으면 레코드 사는데 모두 쏟아 부인이 집을 나가 버렸다는 퍼커션의 류복성,

음악을 잘하게 되면 그때 비로소 사람이 될 거라며

피노키오의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클라리넷의 이동기.

재즈를 안 순간부터 재즈에 빠졌다는 테너 색소폰의 김수열,

어릴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듣고

그때부터 재즈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트럼펫의 최선배,

자신도 의아할 정도로

‘대한민국유일의 재즈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평생 달고 산다는 김준,

클래식과는 다른 매력에 반해 버렸다는 피아니스트 신관웅,

외롭고 괴로울 때면

‘그래, 내일은 블루스를 더 잘 부를 수 있을 거야’라며 자신을 위로했다는 보컬의 박성연.

스탠더드 재즈를 모두 한국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재즈 연구가 이판근,

재즈 1세대보다 더 윗세대에 속한 드러머이자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부친 조상국,

이제 겨우 ‘재즈’라는 방의 문을 열고 한발 들어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프리재즈의 대가 강태환...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들을 다시 만났지요.

신관웅, 김수열, 김준, 최선배, 이동기,

그리고 최치우와 드럼계의 메에스트로 드러머 임헌수,

베이스 연주자 장응, 색소포니스트 Chris Mccabe,

보컬 유하라, 콘드라베이스 임형진, 기타리스트 안강호

 

‘재즈는 영원히 늙지 않는다. 브라보!’

그렇습니다.

이럴 때 물꼬를 대입해보고는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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