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31.해날. 흐려지는 오후

조회 수 671 추천 수 0 2014.09.20 21:53:12

 

해마다 서너 차례는 오르는 여름의 민주지산을

올 여름은 그냥 지나나 했더니

서울서 벗들이 와서 올랐습니다.

간밤에 넘어와 이른 아침을 들고

아이들과 늘상 오르는 쪽새골로 올랐지요.

아이들과 쉬는 지점마다 역시 아이들 호흡처럼 길게 잘 쉬었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 민주지산 정상.

석기봉에서 미리미골로 내려섰더랍니다.

밤엔 곡차와 시와 이야기.

8월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뜨거웠던 시간!

아일랜드에서 돌아오자마자 계자 준비,

158 계자, 이어 청계,

그리고 후속작업,

선유도 생태탐방,

교육부 연수,

민주지산 오름으로 갈무리.

 

그리고 계속되는 물꼬의 여름.

새끼일꾼 자누와 가온의 글이 닿습니다.

 

‘...

물꼬 오면 하루에도 몇 번 씩 내 소감을 말하고 글로 쓰고 하는데 이게 진짜 좋다. 내가 내 느낌을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들었을 때도 굉장히 재미있다. 이게 언젠가 나한테 구체적인 도움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 것 같다. 다만 부작용으로 썼던 말 또 쓰고 했던 말 또 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이 평가글만 봐도 충분히 겹치는 부분이 많거든.

애들이 말 진짜 안들을 때 때리고 싶었다는 내 깨달음을 부모님이 되게 좋아하셨다. 이번에 진짜 새끼일꾼으로 가면서 새롭게 느낀 게 많은 것 같다. 고래방 청소할 때 애들이 자긴 다 했다고 안하는 거 정말 이해 안 됐는데 학교 와보니까 또 그게 느껴지더라. 처음부터 정해주지도 않고 그냥 이거 하자, 저거 해라. 이게 나한테만 그러는 것 같고 안 하고 싶은 건 이해가 되더라. 이해는 되지만, 그래 이해는 된다. 내가 방법이 좀 잘못되고 그런 건 알겠는데 청소는 하자. 응? 솔직히 나도 집에 오니까 정말 설거지도 하기 싫고 손가락 발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더라. 학교 급식이 워낙 맛없긴 하지만 물꼬에서 그 맛있었던 밥 생각이 나고. (우리 학교는 고기가 나와도 맛이 없게 하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학교 김치는 편육 나올 때 빼놓고는 먹을 만하지 못함)

꿈 꿀 때마다 물꼬 사람들 나오고 개학할 때쯤에는 학교에서 뭘 해도 계속 깔때기처럼 물꼬 생각이 났었다. 물론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나고 계속 물꼬 홈페이지 들락거리고 그립다. 다음 계자에 또 갈 수 있었으면. 와서 예전 글집이나 갈무리글, 사진 등을 보니까 되게 재미있었다.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썼던 갈무리글이나 지금 쓰는 이 평가글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거. 읽으라는 책은 안 읽고 핸드폰만 했더니 생기는 부작용 같다.

공부도 평소에 열심히 해놔야 고등학교 때 쯤 돼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해야 하는데 쉽게 잡히지가 않는다. 다음번에는 정말!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다음번이 있어야 하겠지만.

옥샘 사랑해요♥♥’(8년 자누)

 

‘...

사실 물꼬 사람들 모두 너무 좋고 이 속에 들어와 있으면 느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물꼬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물꼬의 참되고 정확한 취지는 이번 청계 때 처음 알았네요.

좋은 사람들을 키워내 사회로 내보내 사회를 바꾼다. 알면 알수록 너무 좋아져서 어쩔수가 없네요.

단순히 일만 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생각이 오고 갔던 계자였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끼일꾼들도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계자가 끝나고 한 청계가 더 빛을 냈던 것 같기도.

항상 들어오던 말 '물꼬는 애정촌이다!'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매끄러웠다고 할 순 없지만 새끼든 품앗이든 서로 열심히 했고 아이들도 잘 따라준 저에겐 항상 의미 있는 계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에 보면 또 후회할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행복했던 9일이었습니다.’(9년 가온)

 

좋은 사람들을 키워내 내보내어 사회를 바꾼다,

그래, 그래, 그 일을 자누 같이, 가온이 같이 근사한 친구랑 함께 해서 기쁘다마다요..

 

우리는 아직도 여름 계자 속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더 그러겠지요.

그러다 찬바람 불고 색이 바랠 무렵, 우린 또 모일 것.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는 계자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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