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깹니다.
소쩍새 목이 쉬도록 울고 있었지요.
새벽, 간밤에 방문했던 이가 떠나고,
복숭아 통조림과 잼을 이른 아침부터 계속 불 위에 올렸더랍니다.
한 품앗이샘의 연락.
젊은 날 손발을 보탰던 곳에
아이 낳고 아이 커가며 물꼬를 다시 찾는 이들이 늘 있지요.
10월 빈들에 물꼬에 걸음 하겠다는데 이번 빈들은 전주나들이를 할 계획이라
다른 날을 잡아보기로 합니다.
서로 불편한 일을 겪었던 한 이의 소식도 듣습니다.
때로 없으면 좋을 일이
때로 서로를 더 견고하게 하는 기재가 되기도 하는 게 사람의 일입디다.
“외려 서로를 더 깊게 만나게 했을 수도 있을 것!”
한 때의 불편함을 걷고 세월 지나 또 만나는 일,
고마울 일이지요.
사람살이의 많은 일은 시간에 기대는 일이구나 싶은...
158 계자를 끝내고, 또 청소년계자를 끝내고
도착하는 갈무리글들을 읽으며 다시 그 시간을 되짚어본다지요.
오늘은 새끼일꾼 9학년 훈정의 글이 닿았네요.
‘같은 학교인 건 분명한 데 왜 제가 다니는 중학교와 자유학교 물꼬라는 아예 다른 느낌이 드는 걸까요? 신기하네요.
다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샘들도 많이 많이 엄청 많이 보고 싶어요...
특히 옥샘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막 들리는 듯합니다.
나도 모르게 화장실이나 밖에 나갔다 올 때 신발을 가지런히, 들어오는 사람 편안하게 정리하는 나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랬어요.
물꼬가 내 삶에 정말 사소한 듯, 하지만 큰 영향을 주는구나..
그리고 또 며칠 전에는 물꼬에서 하루재기나 회의 같은 것 할 때 내 의견이나 내 마음을 말하는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을 말하는 거에 익숙해졌는지, 학원 수학 시간에 너무 힘들어 샘한테 제 힘든 감정을 솔직히 말하니(수업을 1:1로 하거든요) 샘이 솔직히 말해줘 고맙다며 무슨 일 있는 건 아닌지 쓸데없이 걱정하셨다고, 앞으론 좀 쉬엄쉬엄 진도 나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난 물꼬에서 하던 것처럼 내 감정을 그냥 솔직히 말한 것뿐인데, 상황이 많이 달라져 신기했어요.
저 같이 못난 애가 물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욕심도 많고, 엄마한테도 잘 못하고, 낯가림도 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히 대하지 못하고, 그냥 부정적인 마음으로 똘똘 뭉친 제가 물꼬를 만남으로써 그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옥쌤은 무슨 상황이 발생해도 항상 괜찮아 하시잖아요. 그게 너무 부러워요. 저도 물꼬 꾸준히 오면 어느새 그런 아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게요.
다음 번 계자 때도 신청할테니 꼭 뽑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이 좋은 기운을 받아가고 싶네요. 욕심인가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뵈요!!’
그래요, 또 봅시다려.